[오늘의 설교] 정녕 상관이 없는가?
입력 2014-05-10 02:13
예레미야 애가 1장 11∼12절
어떻게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번연히 눈뜨고 아이들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하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IT 세계 최강국인 나라, 반도체 전자 조선 해운 철강 자동차 등 세계 첨단 산업의 선두주자인 이 나라에서 있을 수 있습니까. 세계에서 예수를 가장 잘 믿는 나라, 새벽기도를 가장 열심히 하는 나라,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해외 선교사를 보내는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사실은 오래전부터 징조가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에 언젠가 이런 일이 터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돼 있었던 것이지요. 음습한 죽음의 세력이 여기저기서 활동한 게 얼마나 오래됐는지 모릅니다. 2003년 미국은 이라크와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그런데 그 이라크 전쟁기간 전사한 숫자보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에서 자살한 숫자가 더 많습니다. 우리는 전쟁보다 치열한 생존경쟁의 전쟁을 치르는 나라인 것입니다. 자살률, 출산율, 산업재해사망률, 교통사고사망률, 직계존속살인율 등 이루 셀 수 없는 생명지표들이 세계 최악의 수준입니다. 이 무서운 죽음의 세력들이 활개 치는 세상에서 우리는 여전히 돈과 권력에 취해 살고 있습니다. 생명을 희생하고 돈을 취하면 행복해진다는 이 악마적 술수에서 누가 자유로울 수 있습니까.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어떻게 해야 우리는 오늘의 이 비참함과 비극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오늘 성경 말씀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고 있습니다. ‘길 가는 나그네여 정녕 이 일이 그대들과 관계가 없는가.’ 예레미야가 망해가는 조국의 현실을 눈앞에 보면서 던진 이 물음은 죽음의 길로 가는 우리의 옷소매를 잡고 이제 그만 가던 길을 멈추라는 애원의 말씀이기도 합니다. “길가는 나그네여, 그대들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향해 가고 있지 않습니까.” 그 길을 멈추라고 예레미야는 묻고 호소하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가 가던 길, 생명보다 돈을 앞장세웠던 길, 권력이 사람을 떡 주무르듯 하고 진실을 조롱하던 길, 모로 가도 서울만 가도 된다는 편법과 반칙이 판치던 길, 힘 있는 이들은 모두 법을 빠져나가고 힘없는 이들만 법에 매여 사는 차별의 길, 입술로는 하나님을 찾았지만 마음으로는 세상을 섬겼던 불신앙의 길, 형식적으로 예수를 따르던 위선의 길, 죽음의 세력에 종살이하기 위해 정신없이 바쁘게 달려가던 그 길을 멈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진정으로 생명에 이르는 길이 무엇인지 새롭게 물어야 합니다. 진짜 사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돈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 되는 길로 돌아서야 합니다. 세상의 자랑과 부귀영화가 아니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길을 물어야 합니다.
바울은 로마서 12장에서 우리에게 권면합니다. 여러분은 이 시대의 풍조를 본받지 말고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서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고 완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십시오.
다시는 이런 비극적 참사가 반복되지 않는 세상을 위해 가던 길 멈추고 나부터 철저히 새로워지는 길에 설 수 있기 바랍니다. 나로부터의 새로움이 온 세상을 새롭게 만드는 출발점이 되도록 합시다. 나부터 하나님과 이웃 앞에 더 진실하고 더 책임 있게 살아감으로써 마침내 부활의 생명의 소식이 전해지는 그날을 만들어가는 우리 모두가 되기 바랍니다.
정진우 목사(서울제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