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투명망토의 반란
입력 2014-05-10 02:41
영화 속 해리포터의 투명망토를 실제로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가끔 언론을 통해 전해지곤 한다. 과학자들은 왜 동화 속의 이 같은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매달리고 있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지금보다 성능이 훨씬 뛰어난 스텔스 전투기나 스텔스 잠수함, 투명전차 등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스텔스 기술은 레이더의 반사파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투명망토 기술이 개발될 경우 실제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 레이더에도 아예 포착되지 않으므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영국의 과학 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는 2039년쯤이면 적의 눈과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투명전차 기술이 실용화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투명망토가 가능한 것은 메타물질이라는 신물질 덕분이다. 희랍어로 ‘범위나 한계를 넘어서다’라는 뜻을 지닌 메타물질은 가시광선이나 마이크로파를 굴절시켜 물체를 보이지 않게 하는 성질을 지닌 물질이다. 우리가 어떤 사물을 볼 수 있는 것은 그 물체에 반사된 빛의 알갱이가 우리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타물질은 빛이나 전파가 그 물체에 반사돼 되돌아오는 대신 물체의 주위를 돌아 계속 진행하게 만들어준다. 따라서 메타물질이 어떤 물체를 감싸고 있을 경우 우리는 그 물체를 보지 못하고 그 뒤에 있는 물체를 보게 된다.
지난 2006년 미국 듀크대의 데이비드 스미스 교수는 아주 작은 구리판을 보이지 않게 하는 데 성공해 메타물질의 가능성을 최초로 증명했다. 당시 사용된 메타물질은 가시광선이 아니라 파장 3㎝의 마이크로파를 일부 흡수하는 데 그쳤으나, 극미의 세계를 다루는 나노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종류의 메타물질 개발은 물론 그 응용 범위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 연구진은 빛의 분포를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메타물질을 개발함으로써 전혀 새로운 유형의 통신장비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또한 최근에는 프랑스 연구진이 핵발전소처럼 지진에 민감한 시설로부터 지진파 에너지 방향을 바꾸는 메타물질의 개념에 대해 연구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즉 투명망토를 핵발전소 건물 주위로 감싸서 지진파로부터 보이지 않게 하는 기술인 셈이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암호 해독 및 탄도 계산 용도에서 컴퓨터가 탄생했듯 스텔스 전투기를 위한 메타물질의 개발 경쟁에서 또 얼마나 실용적인 발명품이 탄생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성규(과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