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美 상장 최대 수혜자는… 손정의, 투자수익 3000배 ‘대박’
입력 2014-05-09 03:24
손정의(57)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 2000년 마윈(馬雲·잭 마) 알리바바 회장을 만났다. 알리바바를 창업한 이듬해였다. 만남의 주선자는 제리 양 야후 창업자였다. 제리 양은 마 회장이 중국 정부기관 관광가이드로 일하던 시절에 관광객으로 인연을 맺었다.
손 회장과 마 회장의 만남은 ‘세기의 투자’로 이어졌다. 그의 사업 아이디어에 설득된 손 회장은 알리바바에 거액인 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대신 소프트뱅크는 지분 34.4%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이때의 투자가 ‘대박’으로 돌아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8일 손 회장이 알리바바 미국 증시 상장의 최대 승자가 됐다고 일제히 조명했다.
소프트뱅크는 알리바바의 기업공개(IPO)로 투자액의 3000배를 벌어들였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알리바바 기업가치가 1680억 달러에 이른다고 본다. 이 계산을 기준으로 하면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지분의 평가액은 578억 달러가 된다. 2000만 달러(약 205억원)가 10여년 만에 578억 달러(약 59조원)로 불어난 것이다.
블룸버그는 “실리콘밸리 기준으로도 예외적인 수익률”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요령 있는 투자자 중 한 명이라는 손 회장의 명성을 한층 빛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인 크로스퍼시픽 캐피털의 그레그 타르 상무는 “손 회장은 아시아의 워런 버핏”이라고 평가했다.
손 회장은 IPO 이후에도 알리바바 지분을 30% 이상 유지할 방침이다. 그는 “알리바바는 소프트뱅크와 떨어질 수 없는 핵심적인 회사”라며 “지분을 팔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마 회장과 함께 알리바바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마 회장의 알리바바 지분은 8.9%, 차이충신(蔡崇信·조지프 차이) 부회장 지분은 3.6%다.
한편 알리바바의 2대 주주인 미국 야후도 상당한 이익을 챙겼다. 야후는 2005년 알리바바에 10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 40%를 갖고 있다. 다만 야후는 2010년 알리바바가 온라인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를 자신들과 합의 없이 분사한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다 일부 지분을 매각해 현재 22.6%를 보유 중이다. 야후는 알리바바가 상장되면 지분을 추가 매각할 예정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