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모 법정관리 중 수상한 내부거래
입력 2014-05-09 03:44
청해진해운의 모체(母體) 격인 ㈜세모가 법정관리 기간 중 해외 현지법인과 6800억원대 내부거래를 벌인 정황이 8일 드러났다. 검찰은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가 해외 법인과의 거래를 가장해 자산 빼돌리기에 나선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자금 흐름을 쫓고 있다.
세모는 2004회계연도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중국 현지법인인 ‘주하이 세모완구공업유한공사’와 ‘베이징 세모화장품’으로부터 각각 4441억원과 1818억원 상당의 ‘매입’을 했다고 신고했다. 그 액수만큼 물품이나 용역 등을 사들였다는 뜻이다. 세모는 같은 해 베트남 현지법인인 ‘세모 비나’에서도 578억원 상당을 매입했다. 주하이 세모완구공업과 세모 비나는 인형, 장난감 등을 제조하는 업체다. 이 3개 업체는 모두 세모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다. 세모는 당시 60억원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세모가 2004년 이 3곳으로부터 매입한 총액 6837억원은 전년도인 2003년 매입 금액(각각 14억2000만원, 1억2700만원, 1억6400만원)의 400배가 넘는다. 세모가 1999년 법정관리 시작 이후 2003년까지 5년간 이들 회사로부터 사들인 물품 총액(79억2700만원)과도 비교하기 어려운 수치다. 2005년 이후 거래량은 수억원대로 뚝 떨어졌다. 세모는 1997년 부도 당시 3673억원가량의 부채를 졌던 만큼 이 같은 거래는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세모가 물품 지급 비용을 부풀리거나 실체가 없는 위장거래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는 대목이다. 자료를 검토한 한 회계사는 “수천억원대 매입 거래가 장부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상한 거래”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회원사 목록에는 박상복 전 세모 대표가 주하이 세모완구공업 대표로 기재됐다. 박 전 대표는 삼우트레이딩 시절부터 유 전 회장을 보좌한 측근이다. 주하이 세모완구공업은 2004년 7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영업 허가를 받았지만 지난해 영업권이 만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은 ㈜다판다가 외국계 자산관리 회사인 TCM코리아로부터 219억원가량의 세모 부실채권을 100억원에 구입하는 등 그룹 재건 작업이 본격 시작되던 때다. 다판다는 2007년 유령회사 ㈜새무리를 내세워 컨소시엄을 구성한 뒤 세모를 인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정관리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을 다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세월호 침몰 사고를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청해진해운 김한식(72) 대표에 대해 세월호 침몰 사고의 책임을 물어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인천=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