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조절 단백질 작동원리 찾았다

입력 2014-05-09 02:25

잠을 충분히 못 자면 쉽게 우울해진다. 수면 부족은 하루를 주기로 일정하게 흐르는 생리·행동현상의 리듬(일주기 리듬)을 깨뜨리기 때문이다. 일주기 리듬은 ‘생체시계’ 유전자가 제대로 작동할 때 유지된다.

생체시계가 고장 나면 우울증, 조울증, 계절성 기분장애, 공황장애 같은 각종 정서장애가 나타난다. 특히 유전성이 높은 조울증, 재발성 우울증, 중독질환 환자의 발병 빈도와 증상은 생체시계 유전자 변이와 연관성이 높다고 알려져 왔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 아니었다.

이 연결 고리, 즉 정서장애 발병과 생체시계 유전자가 어떻게 연관돼 작용하는지를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 8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서울대 김경진, 고려대 손기훈 교수 연구팀은 생체시계에서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단백질(REV-ERBα)이 ‘도파민’ 합성 유전자를 조절하는 인자(NURR1)와 상호작용하면서 도파민 신경활성을 하루 단위로 조절하는 것을 밝혀냈다. 이 과정에서 뇌 기능을 관장하는 신경물질인 도파민의 일주기 리듬 균형이 깨지면 신경 전달에 이상이 생겨 행동에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진은 REV-ERBα 유전자에 변이를 일으킨 생쥐를 대상으로 조울증·우울증·강박증 등과 관련된 동물행동 검사를 한 결과 돌연변이 생쥐가 인간의 조울증과 비슷한 행동을 보이는 것을 밝혀냈다. 또 도파민 작용을 억제하면 돌연변이 생쥐에게서 관찰되는 신경행동학적 이상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됨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생체시계를 이용한 정서·중독질환 분야의 신개념 치료제 개발 연구에 실마리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 논문은 생명과학 분야 최고 학술지인 ‘셀(Cell)’ 온라인판 8일자에 실렸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