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 보상금으로 만든 여객선안전재단, 수익금으로 선원 자녀에 장학금

입력 2014-05-09 03:04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 이후 생긴 ‘여객선안전재단’에 선박안전사업은 없었다. 여객선안전재단은 서해훼리호 사고 보상 잔여금 27억6500만원을 재원으로 출범했고, 선사들의 단체인 한국해운조합이 재단 사무국을 운영해왔다. 재단 홈페이지에는 ‘서해훼리호 사고와 같은 불행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여객선의 안전을 확보하고 연안여객운송사업을 활성화하고자 설립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 재단이 그동안 해온 일은 선원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우수 승무원을 뽑아 포상금을 지급한 것뿐이다. 안전운항을 위한 별도의 사업은 없었다. 292명이 희생된 참사의 보상금을 선사들이 감당해야 할 직원 복지에 써온 셈이다.

여객선안전재단 홈페이지에 공시된 2013년 사업실적을 보면 사업비 지출 내역은 ‘연안여객선 선원 자녀 장학사업’과 ‘안전사업비’의 두 항목으로 분류돼 있다. 재단은 지난해 선원 자녀 50여명에게 고등학생 100만원, 대학생 200만원씩 모두 1억700만원을 지급했다. 장학금 지급 대상은 ‘여객선에 종사하는 선원 자녀 중 성적이 우수한 고교생 및 대학생’이다.

‘안전사업비’로 분류된 내역은 전부 선사의 우수 승무원들에게 준 포상금이었다.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청해진해운도 이 재단에서 2005∼2011년 1등 항해사, 사무장, 2등 항해사, 1등 기관사 등이 6차례나 우수 승무원에 선정돼 포상금을 받았다. 재단은 지난해와 2012년 우수 승무원 포상금으로 500만원씩을 지출했다. 재단 관계자는 “재단 설립 때부터 선원 자녀 장학사업과 우수 승무원 포상만 하고 있다”며 “별도의 안전 관리 사업은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1993년 발생한 서해훼리호 사고의 보상 총액은 282억원 정도였다. 승선 인원을 초과해 탑승시킨 서해훼리 선사뿐 아니라 선장을 고용한 한국해운조합, 선박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국가도 책임이 인정됐다. 서해훼리는 배상 능력이 10억원에 불과했고 해운공제조합도 73억원밖에 내놓지 못했다. 결국 국민성금 96억원과 재해의연금 11억원, 국가 예산 93억원을 들여야 했다.

이렇게 사고 처리를 마치고 남은 돈 27억6500만원이 재단에 출연돼 해운조합 회원인 선사들의 직원들을 위해 쓰였다. 현재 재단은 사고 책임자 중 하나인 해운조합이 사실상 관리·운영하고 있다. 서해훼리호 사고 처리가 완전히 끝난 뒤인 2001년 설립된 이 재단은 사무실을 서울 강서구 해운조합 본부에 두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선원 자녀 장학금이나 우수 승무원 포상 사업을 통해 선원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근무하며 안전운항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재단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