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퇴 맞은 골프존

입력 2014-05-09 02:17

공정거래위원회는 8일 스크린골프장 사업주들에게 ‘끼워팔기’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행위를 일삼은 골프존에 대해 과징금 43억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국민일보 2013년 8월 8일자 1·6면 참조). 또 불공정행위에 대한 즉시 중지명령을 내리고 골프존 법인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골프존은 현 정부 들어 창조경제의 아이콘으로 각광받았지만 비약적인 성장의 이면에는 ‘갑(甲)의 횡포’가 있었다. 2000년 자본금 5억원으로 시작한 골프존은 10여년 새 시가총액 기준 코스닥시장 19위(7738억원)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스크린 골프시장 점유율이 91.4%(2012년 기준)로 절대적인 독점기업이다.

골프존은 현행법상 남양유업 사태를 촉발한 본사와 대리점 간 갑을관계도, 편의점과 같은 가맹본부와 가맹점 같은 형태도 아니다. 노래방 기계처럼 스크린골프장에 쓰이는 골프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판매하는 판매회사 형식을 취했다. 이 때문에 가맹거래법 등 관련 법망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 결과 골프존은 스크린 골프게임을 위해 필수적인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스크린골프장 사업주에게 사실상의 본사와 가맹본부 역할을 수행했다. 사업주들은 무늬만 개별사업자일 뿐 사실상 골프존에 예속돼 있었다.

골프존은 이점을 악용했다. 자신들이 판매한 시뮬레이션 시스템 장애로 사업주에게 손해가 발생해도 적정한 보상을 해주지 않았다. 스크린골프장을 찾은 손님이 2시간 넘게 게임을 진행하다가 골프존이 운영하는 시스템 오류로 18홀에서 게임이 중단돼도 게임비 등 환불은 사업주 몫이었다.

골프존은 또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자신들에게 직접 사지 않고 기존 사업자나 중고시장에서 살 경우 보상판매 시 대당 500만원 비싸게 부담시켰다. 중고제품이 정상적으로 유통되면 시스템 판매 수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골프존은 시뮬레이션 시스템 구성품목 중 하나인 프로젝트를 2∼3개 제품을 특정해 사업주에게 구매하도록 강요하는 끼워팔기 행위도 저질렀다.

공정위 서남교 대전사무소장은 “밝혀진 혐의 외에도 업그레이드 비용 폭리를 취하는 등 추가 의혹이 있었지만 사업주들의 빠른 피해보상을 위해 일부 혐의는 제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골프존은 보도자료를 내고 “법률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조사를 담당한 대전사무소가 심사보고서에 적시한 과징금 37억원보다 6억원 많은 43억원을 부과했다. 통상 심사보고서 금액에 비해 감액되는데 과징금이 늘어난 것을 두고 반성하지 않는 골프존 태도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