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S 2014년 내 상장 추진… “글로벌 ICT 투자 박차”

입력 2014-05-09 03:20


삼성SDS는 지난해 매출 7조468억원(연결 기준), 영업이익 5056억원을 기록한 대형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다. 국내 시스템통합(SI) 업체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맥을 못 췄다. 덩치는 물론 자금력, 기술력 등에서 열세를 면치 못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삼성SDS를 올해 안에 주식시장에 상장하기로 했다. 기업공개(IPO)를 거쳐 자본금을 확충해 대대적인 투자와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꾀하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삼성SDS는 재계 1위 삼성그룹에서 독특한 지위를 갖고 있는 계열사다. 삼성에버랜드처럼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성에버랜드와 함께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치가 수조원에 달하는 기업의 상장이라는 측면 외에도 삼성그룹의 3세 경영권 승계에서 갖는 의미가 상당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SDS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겠다”=삼성SDS는 8일 이사회를 열고 연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키로 결의했다. 이달 중 주관회사를 선정하고 구체적인 기업공개 추진 일정과 공모방식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삼성SDS는 “국내 공공시장의 경우 재벌계 IT업체가 참여할 수 없도록 원천적으로 규제하고 있어 이제는 해외로 나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서 우리 시장을 찾겠다”며 “국내 사업을 해외로 돌리려다 보니 투자를 하거나 인력 유치를 하기 위해 자금이 필요하고 그래서 상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실탄을 확보하고 회사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상장을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전동수 삼성SDS 사장은 “특히 클라우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새로운 성장기술을 확보해 통신, 헬스케어, 리테일(소매 서비스) 및 호스피탈리티(호텔·리조트·외식업·레저·항공·엔터테인먼트 등) 분야의 솔루션 및 서비스를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적극 전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삼성SDS는 상장 결정의 고려사항 중 하나로 1만6759명에 이르는 소액주주의 요구를 꼽았다. 소액주주들은 꾸준히 기업공개 및 주식시장 상장을 원했다. 현재 삼성SDS의 최대주주는 지분 22.58%(1747만2110주)를 보유한 삼성전자다. 관계사 삼성물산(17.08%) 삼성전기(7.88%)도 지분을 갖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0.0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1.25%),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3.90%),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3.90%) 등 오너 일가도 주요 주주다.

이 부회장이 가진 삼성SDS 주식은 870만4312주다. 장외시장 거래가격인 주당 14만원대로 계산하면 지분 평가액이 1조2186억원대에 이른다. 기업공개를 하면 상장 프리미엄이 더해져 지분 평가액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SDS는 1999년 230억원 상당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면서 당시 이재용 상무에게 주당 7150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줬다. 단순 계산으로도 이 부회장은 약 50배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얻게 됐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도 4226억원에 이르는 삼성SDS 상장주식을 보유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현재까지 그룹 내 비상장 계열사 주식만 갖고 있다. 또 김인주 삼성선물 사장이 1000억대 주식부자 대열에 오른다. 김 사장은 삼성SDS 주식 132만2189주(1.79%)를 보유하고 있다.

◇경영 승계 신호탄인가=삼성그룹과 삼성SDS는 상장 결정을 발표하면서 “대주주의 지분 변화는 없다”고 강조했다. 오너 일가가 주식을 처분하거나 지분율에 변동이 발생하는 일이 당분간은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강한 부정’은 삼성SDS의 특별한 위치 때문에 불거진 의혹에서 출발한다. 삼성SDS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전기가 보유한 지분이 50%에 육박한다.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오너 일가가 주식을 처분해 개인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구조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비상장사인 삼성SDS를 상장해 지배구조 개편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이 급물살을 타면서 이런 분석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3세 승계 작업이 본격화하면 최소 수천억원에서 최대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SDS 지분이 일종의 ‘종자돈’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부회장 등이 삼성SDS 지분을 판 자금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핵심 계열사 지분을 추가 매입하거나 삼성전자에서 이 부회장의 지분을 사들일 수도 있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삼성전자를 축으로 한 경영권 승계로 귀결된다.

경제개혁연대는 일정 시간이 지나 3세 승계가 본격화할 때 이 부회장 등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을 삼성전자에 넘기는 방식으로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상조(한성대 교수)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총수 일가가 거둘 수조원대의 막대한 시세차익 이득과 관련해 사회적 승인을 얻는 과정은 숙제로 남아 있다”면서 “사회와 소통할 의지와 능력을 가졌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