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프로농구 시즌 최우수선수 케빈 듀란트 “MVP는 나의 어머니”

입력 2014-05-09 02:11

숱한 유혹에서 날 지켰고 배불리 먹이면서도 당신은 배고픈 채로 잠드셨다

“어머니의 헌신과 희생이야말로 진정한 최우수선수(MVP)입니다.”

미국프로농구(NBA) 2013∼2014 시즌 MVP로 뽑힌 오클라호마시티의 케빈 듀란트(26·2m6)의 수상 소감이 미국인은 물론 지구촌 농구팬들을 울렸다.

8일(한국시간) 미국 오클라호마주 체서피크 에너지 아레나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마이크를 잡은 듀란트는 함께 뛰어준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며 농구가 결코 개인 스포츠가 아님을 강조했다. 코치와 팬들에게 감사함을 전할 때까지만 해도 듀란트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러나 어머니(완다 프랫) 이야기를 할 때는 자제력을 잃었다. 듀란트는 혹독한 가난을 견디며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며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았다.

“21세 때 싱글맘인 어머니와 함께 이 집 저 집 옮겨 다니던 끝에 처음 아파트로 이사 간 날을 잊을 수 없어요. 거기엔 침대도, 가구도 없었지만 세 식구가 한 방에 모여앉아 서로를 껴안으며 마침내 해냈다고 기뻐했던 순간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듀란트는 그땐 마치 박스 안에 갇힌 느낌이었고 나갈 길이 없어 보였다고 했다. 혼자도 살기 힘든데 어린아이 둘을 힘들게 키우면서도 나쁜 길을 가지 않도록, 농구를 포기하지 않도록 한 이는 다른 사람이 아닌 어머니였다고 털어놨다.

듀란트는 이어 관중석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어머니를 향해 “숱한 유혹으로부터 나를 지켜 주었다. 만일 어머니가 없었다면 나도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면서 “우리 형제를 배불리 먹이면서도 당신은 배고픈 채로 잠드셨다”고 털어놨다.

어머니와 할머니 등 가족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간절했으면 몸에 문신으로 새겨 넣었을까. 팔에는 없지만 가슴에 새긴 ‘완다(Wanda)’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잊지 않겠다는 각오가 담겼다. 오른쪽 가슴에 있는 ‘바바라(Barbara)’는 엄마와 함께 자신을 돌봐준 할머니에 대한 애정의 표시다.

오른쪽 배에는 듀란트의 신앙심과 좌우명을 보여주는 문신이 있다. ‘인생을 눈에 보이는 피상적인 것을 기준으로 살지 않고 믿음으로 살겠다(Walk by Faith, not by Sight)’는 문구다.

듀란트는 2013년 토네이도 희생자들을 위해 적십자사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고 비영리 방과 후 음악 치유프로그램의 대변인으로도 활동하는 등 코트 밖에서도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다.

우체국 직원으로 힘들게 일하며 아들을 NBA 최고선수로 키워낸 어머니는 “케빈이 9세 때부터 농구를 시작해 정말 힘들게 이 순간까지 왔다. 아들에게 표를 준 119명은 물론, 그렇지 않은 6명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며 아들과 뜨겁게 포옹했다. 수상 소감이 끝나자 관중들은 모두 일어나 함께 박수를 치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