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독립투표 강행”… 푸틴 연기 제안 거부

입력 2014-05-09 03:18

친(親)러시아 성향의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이 본국으로부터 독립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내비쳤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연기해 달라고 제안했지만 이를 거부하면서까지 강행하겠다고 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주(州)의 친러 시위대는 8일(현지시간) 주민투표를 예정대로 11일 실시하겠다고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주민 투표를 연기해 달라고 제안한 지 하루 만이다. 도네츠크 친러 세력이 자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공동의장 미로슬라프 루덴코는 “도네츠크가 주민투표를 통해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을 결정하면 루간스크, 하리코프, 오데사, 니콜라예프스크 등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다른 지역들과 연합해 독립국 ‘노보로시야’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날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에서 스위스 대통령인 디디에 부르칼테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의장과 회담한 뒤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대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 대표들에게 오는 11일로 예정됐던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미뤄 달라”고 요청했다. 주민투표는 정부군에 진압 작전의 명분을 제공해 사태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악재로 작용해 왔다. 푸틴 대통령이 주민투표 연기 제안을 할 때만 하더라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해결될 돌파구를 찾는 것 아니냐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왔었다. 더욱이 푸틴 대통령이 “우리 부대는 이미 접경지대에서 철수해 원래 주둔지에 배치된 상태”라며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 주둔한 러시아 군대가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주장을 일축하면서 이번 사태는 해법을 찾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친러 시위대가 주민투표를 강행하기로 함에 따라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와 친러 시위대의 유혈충돌 위기가 다시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이에 대해 “주민 투표는 적법성이 없으며,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다음 달 6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로 했다. 이 행사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도 참석할 예정으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푸틴 대통령이 처음으로 서방 정상들을 만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