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더 어려운 희생자 가족에게 전해주세요” 故 박지영씨 어머니, 성금 ‘아름다운 사양’
입력 2014-05-09 03:47
[친절한 쿡기자] “우리 딸이 살아있었다면 더 어려운 희생자에게 전했을 겁니다. 마음은 고맙지만 이 돈은 다른 피해자에게 주세요.”
세월호 침몰 때 학생들을 구하다가 끝내 숨진 승무원 고(故) 박지영씨 어머니가 대학생들이 모은 성금을 사양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서울대 미술대학 동아리 ‘미크모’(미대 크리스천 모임) 회원 30여명이 모금한 200만원을 전달하려 했지만 박씨의 어머니는 학생들의 선의를 간곡히 사양했습니다.
박씨 어머니는 “우리는 장례라도 치렀지만 아직 시신조차 찾지 못한 실종자 가족도 있는데 이 돈을 어떻게 받을 수 있느냐”며 “사정이 더 어려운 가족에게 전달해 달라”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전해들은 미크모 소속 학생은 “‘그 어머니에 그 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박씨 또래 학생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은 결국 박씨의 이름으로 세월호 침몰사고로 부모와 네 살 많은 형을 잃은 조모(7)군에게 전달됐습니다. 조군 가족들도 처음에는 “우리가 이 돈을 어떻게 받느냐”며 거절했다고 하네요.
‘아름다운 사양’이라는 제목으로 이 사연이 인터넷에 퍼졌고 네티즌들은 “인품은 역시 부모를 담나 보다” “나이도 어린데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머니를 보니 그럴만했다”라며 찬사를 보냈습니다.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벗어줬다 결국 돌아오지 못한 고(故) 정차웅군의 아버지가 저렴한 장례용품만을 고집한 사연도 함께 거론됐습니다. 정부에서 국가 예산으로 학생들 장례비 지원을 해주겠다고 하자 정군 아버지는 ‘세금을 함부로 쓸 수 없다’며 가장 싼 값의 수의와 관을 선택한 것입니다. 그야말로 ‘그 어머니에 그 딸’이고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 할만 합니다.
박씨를 의사자로 지정해야한다는 여론은 더욱 커졌습니다. 8일 오후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6만5000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박씨를 의사자로 지정해줄 것을 청원하는 글에 서명했습니다. 이 서명을 제안한 황창하씨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세태 속에서 박지영씨의 숭고한 죽음을 기리고 후세에 귀감이 되게 하고자 의사자로 추천한다”고 취지를 밝혔습니다. 실제로 박씨의 주소지인 경기 시흥시에서도 박씨에 대한 의사자 지정을 준비 중입니다.
의사자 지원제도는 위험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다 숨진 사람의 유가족을 지원하는 것으로 의사자로 지정되면 ‘의사상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의사자의 유가족은 교육급여, 취업보호, 보상금 지급 등의 혜택을 받게 됩니다. 의사자로 지정되면 국립묘지에 안장될 자격도 얻습니다.
박씨는 2012년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학비를 벌기 위해 청해진해운에서 승무원으로 일하다 변을 당했습니다. 박씨는 배가 침몰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단원고 학생들에게 구명조끼를 나눠주며 “승무원들은 마지막까지 있어야 한다. 너희들 다 구하고 나도 따라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생존 승무원의 증원에 따르면 마지막까지 자신의 임무를 다했던 박씨는 선장이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판단해 ‘뛰어내려라’라고 방송했습니다. ‘살신성인’의 자세입니다.
김민석 기자 idea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