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간은 이야기에 빠져들까… 조너선 갓셜 ‘스토리텔링 애니멀’
입력 2014-05-09 02:34
부엉 부엉새가 우는 밤, 아이들이 ‘옛날 옛적에∼’라고 운을 떼는 할머니 곁에 모여 앉는 이유는? 바로 이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며, 또한 시간이 날 때마다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친구와 떠는 수다, 혼자 있을 때 하는 공상, 잠자며 꾸는 꿈은 모두 ‘나’에 관한 이야기이다. 요컨대 인간은 이야기하는 동물이다.
과학과 문학을 접목시킨 새로운 인문학을 개척하고 있는 뉴욕 주립대 출신의 영문학자 조너선 갓셜의 ‘스토리텔링 애니멀’(민음사)은 진화 생물학, 심리학, 신경 과학의 최신 연구를 동원해 인간의 스토리텔링 본능을 탐구한다.
그는 우리가 꾸며 낸 이야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소설을 읽으며 울고 웃는다는 역설을 ‘직접 정서를 체험할 때나 남이 체험하는 것을 볼 때나 똑같이 활성화하는 거울 뉴런’으로 풀어나간다. “1990년대에 이탈리아의 신경 과학자들이 거울 뉴런을 발견했다. 아주 우연한 계기였다. 연구진은 원숭이가 나무 열매를 집으려고 손을 뻗을 때 어떤 신경 부위가 작용하는지 알아내고자 원숭이 뇌에 전극을 연결했다. 결과만 말하자면 직접 열매를 잡을 때뿐 아니라 다른 원숭이나 사람이 열매를 집는 것을 볼 때에도 원숭이 뇌의 특정 부위가 활성화되었다.”(86쪽)
지난밤 꾼,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꿈의 의미는 신비한 계시가 아니라 ‘나’의 문제를 고치기 위한 뇌의 작용으로 설명된다. 주인공이 온갖 고난을 겪고도 마침내 승리한다는 뻔한 이야기를 보러 사람들이 극장으로 모여드는 이유는 인과응보를 토대로 삼는 픽션이 인간의 도덕성과 사회성을 함양한다는 심리학 실험으로 뒷받침된다.
“모든 사람의 뇌에는 작은 셜록 홈스가 들어 있다. 그의 임무는 지금 관찰되는 것을 ‘역추리’해서 특정한 결과로 귀결된 원인의 질서 정연한 연쇄를 밝히는 것이다. 진화가 우리 속에 홈스를 넣어 둔 까닭은 세상이 실제로 이야기(음모, 책략, 제휴, 인과 관계)로 가득하며 이를 탐지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야기하는 마음은 중대한 진화적 적응이다. 그 덕에 우리는 삶을 일관되고 질서 정연하고 의미 있게 경험한다. 삶이 지독하고 소란스러운 혼란에 머물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133쪽)
저자에 따르면 스토리텔링은 인류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진화한 기술이다. 이야기는 인간을 바꿈으로써 세상을 바꾼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