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경의 무능·무책임·몰염치 더 못보겠다

입력 2014-05-09 02:51

구조자 수는 오락가락인데다 수사정보 넘기고 골프까지

세월호 참사 이후 분골쇄신해도 부족한 해양경찰의 도덕적 해이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수준을 넘어섰다. 초기 대응 실패로 희생을 걷잡을 수 없이 키워 피해자 가족들과 국민들 가슴에 대못을 박고도 도무지 개전의 정이 보이지 않는다. 며칠 새 잇따라 터진 해경의 일탈과 무책임은 과연 이들에게 세월호 사고 수습과 수사를 맡겨도 되나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게다가 무능하기까지 하다.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다 돼가는데도 가장 기본적인 구조자 수조차 갈팡질팡하는 한심한 짓을 되풀이하고 있다.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은 7일 구조자 수를 174명에서 172명으로 두 명 줄여 발표했다. “집계에 잘못이 있었다”는 김 청장의 해명은 해경의 무능을 고백한 것에 다름 아니다. 더 기막힌 건 구조자 수에 착오가 있었음을 진작 알았으면서도 숨겨왔다는 사실이다. “일부러 발표를 안 한 게 아니라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발표가 늦어진 것”이란 변명 하나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제 해경이 발표한 탑승자와 실종자 수도 정확하다고 확신할 수 없는 지경이 돼 버렸다. 혼선에 혼선을 거듭하던 사고 직후 모습에서 하나도 나아진 게 없다.

검찰과 경찰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검은 유착 고리를 파헤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수사 정보를 수사 대상 기업에 알려준 얼빠진 해경의 작태는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짓이다. 부산해경 이모 경사는 한국선급 법무팀장에게 휴대전화 메시지로 사전에 압수수색 정보를 알려줬다가 적발됐다. 두 사람이 단순한 친분 이상의 관계가 아니고선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이로 인해 수사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민중의 지팡이이기를 포기한 이 경사를 엄벌로 다스리는 것은 물론 수사에 참여하지 않은 그가 어떻게 그런 정보를 입수했는지 낱낱이 파헤쳐 관련자 전원을 반드시 법정에 세워야 한다.

이뿐 아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내린 공무원 음주·골프 자제령을 무시하고 라운딩을 감행한 간 큰 해경 간부도 있다. 제주해경 항공단장 박모 경감은 지난달 27일과 지난 4일 골프를 쳤다가 그제 직위해제됐다. 박 경감은 세월호 사고 현장에 헬기를 보내 수색작업을 지원하는 제주해경 항공단의 총책임자다. 그런데도 그에게는 골프가 실종자 수색보다 더 중요한 임무였던 모양이다. 박 경감, 이 경사 같은 차마 경찰이라고 할 수 없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임무대기 중 의식을 잃고 쓰러진 인천해경 정기태 경사를 비롯해 묵묵히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대다수 다른 해경들의 헌신과 노고가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이다.

해경은 세월호 사고 대처 및 수습 과정에서 실망감과 상실감만 안겨줬다. 절대 다수 국민들이 해경의 존재 이유를 묻고 있다. 국민 안전은 뒷전이면서 퇴직 해경 간부들이 가는 산하 단체 회원 모집에는 조직의 역량을 총동원하는 해경이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