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인기 북한 소행이라는데 후속 대책은 뭔가

입력 2014-05-09 02:41

지난 3∼4월 파주와 백령도 삼척에서 추락한 채 발견된 무인기들이 북한에 의해 보내진 것으로 밝혀져 우리 군에 많은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뻥 뚫린 방공망을 재정비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고, 경계에 실패한 기강을 다잡는 일이 그 다음이 될 것이다. 무인기를 띄워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에 적절한 방법으로 응징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북한의 소형 무인기를 탐지하기 위해 이스라엘제 저고도레이더를 구입해 청와대 등 국가 중요시설과 서부전선의 주요 축선에 배치하는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탐지거리가 30㎞에 불과해 여러 대를 설치해야 하는 데다 무인기가 이 지점을 피해 침투할 경우 무용지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무조건 예산만 투입해서 될 일이 아니다.

군은 이번에 추락한 북한 무인기들이 공격용이 아니라 정찰용에 불과해 군사적으로 큰 위협은 아니라고 발표했다. 그렇지만 북은 자폭형 무인기를 포함해 다양한 종류의 무인기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거니와 무인기 발진 지점이 황해남도 해주와 개성, 강원도 평강 부근으로 산재돼 있어 실전 배치를 끝낸 상태다. 위협을 과장할 필요는 없지만 예상 가능한 위협을 마냥 무시해서도 안 된다.

무인기 안에 탑재할 수 있는 중량은 3∼4㎏에 불과해 폭탄을 싣고 온다 해도 전차 한 대도 제압할 수 없을 정도의 약한 파괴력이라고 한다. 그러나 화생방 무기를 탑재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한 위협을 가벼이 볼 수는 없다. 암살이나 테러용으로 사용될 경우 세월호 참사 이상의 대혼란이 올 것은 불문가지다. 무인기 대책이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기회에 분명히 지적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군의 경계 실패에 너무 관대하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대낮 청와대 상공에 적기가 돌아다니는데도 아무도 이를 몰랐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무인기를 잘 감시하라고 많은 예산을 들여 저고도레이더는 물론 다기능관측경 등 최첨단 장비를 마련해주지 않았는가. 있는 장비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어디다 정신을 팔았기에 이런 치욕을 당하는지 도대체 모를 일이다.

군은 국민의 신뢰마저 잃어가고 있다. 잊을 만하면 오르내리는 군내의 각종 성추행 소식은 실망감을 넘어 좌절감을 느끼게 만든다. 유사시 북을 우선 제압해야 할 전투기에서 미사일이 분리돼 활주로를 저 혼자 돌아다닌 상상할 수 없는 일도 벌어졌다. 여객선 침몰로 안타까움과 분노에 지친 우리 국민들은 하늘마저 구멍이 숭숭 뚫린 이 기막힌 현실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군은 두 눈을 부릅뜨고 북의 도발 조짐을 사전에 알아차리기 위해 기강을 다시 바로 세워야 한다. 그것만이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