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성기철] 새마을호의 변신

입력 2014-05-09 02:19

우리나라에 철도가 도입된 것은 1899년. 이어 70년 만인 1969년 일반열차에 비해 특별히 빠른 특급열차가 등장했다. 처음엔 관광호라 불리다가 새마을운동 바람을 타고 74년 새마을호란 새 이름을 얻었다. 새마을호는 2004년 KTX(고속열차)가 개통되기 전까지 가장 빠른 열차였다.

새마을호는 80년대까지만 해도 상류층이라야 탈 수 있는 최고급 교통수단이었다. 널찍한 의자를 뒤로 젖히고 앉아 음악을 듣고, 특급호텔이 운영하는 식당차에서 스테이크를 먹어보는 것이 서민들에게는 그리 쉽지 않았다. 그런 새마을호가 고속열차 시대가 열리면서 천덕꾸러기가 돼 버렸다.

운행 횟수가 크게 줄어드는 바람에 이용하기가 매우 불편해졌다. 정차 역이 늘어나면서 운행 시간이 길어졌음에도 요금은 그대로였다. 굳이 고속열차로 빠르게 이동할 필요가 없는 이용객들이 새마을호 증편과 요금인하를 요구했지만 코레일은 쇠귀에 경 읽기였다. 많은 사람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요금이 훨씬 비싼 고속열차 이용을 강요당한 것이다. 코레일로서는 경영수지를 맞추기 위해 불가피했다지만 서민들에게 고속열차 시대는 원치 않는 과소비를 부른 셈이다. 현재 새마을호는 전국에 30개 편성으로 하루 50회 운행할 뿐이다.

코레일이 기존 새마을호 열차를 대체하는 순수 국산 최신형 전동열차인 ‘ITX 새마을’ 23개 편성을 오는 12일부터 순차적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ITX 새마을은 현대로템이 제작했으며, 4만㎞의 시운전을 거쳤다. 고속운행 시 소음과 진동을 줄여 안전성과 승차감을 높였으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휠체어석과 수유실, 물품보관함 등의 편의시설을 갖췄다. ITX 새마을의 이름은 대국민 공모를 통해 결정했으며, 오랜 기간 국내 고급 열차의 명성을 지켜온 ‘새마을호’가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이 반영됐다고 한다. ITX는 도시간 급행열차(Intercity Train eXpress)를 뜻한다.

새마을호 열차의 발전적 변신은 당연히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제대로 혜택을 주려면 운행 횟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 고속열차의 2배 가까이 되는 운행 시간은 현실적으로 줄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운행 횟수를 늘리지 않는 한 고속열차의 비싼 요금에 부담을 느끼는 서민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코레일이 ‘국민행복을 위한 국민기업’임을 자임한다면 고속열차 이용 유도를 통한 돈벌이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서민들의 요구에도 귀 기울여야겠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