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고전에도 毒 있다” 中 고전 신랄하게 읽기

입력 2014-05-09 02:20


동양 고전과 역사, 비판적 독법/천쓰이(글항아리·1만6000원)

중국의 비판적 지성으로 불리는 천쓰이의 중국 고전 독후기. 이 저서를 읽으며 곱씹게 되는 건 책에 발라진 독이다. 그는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중국 고전에 덧칠된 치명적 결함, 즉 독소를 가려내는 감별사의 혜안을 번뜩인다. 원제가 ‘초교담왕(草橋談往)’인 이 저서에는 무조건적으로 경서 앞에 무릎을 꿇을 게 아니라 그 안의 모순을 가려 읽어야한다는 그만의 독서철학이 새겨져있다.

독서 후기는 모두 27편. 그는 그 가운데 첫 번째 글에서 청대말기에 씌여진 ‘두공부집(杜工部集)’이란 책을 소개한다. 두공부집은 두보의 시에 대한 다섯 사람의 비평을 포함하고 있다. “좋다”는 이도 있지만 “말이 되지 않는다” “아무런 의미도 없다” 등 ‘시성(詩聖)’으로 추앙 받는 두보의 시에 대해 과감히 할 말을 하는 이들도 있다. 이를 근거로 천쓰이는 지적한다. “나는 두보의 시가 이룬 성과를 깎아내릴 생각은 없다. 다만 과거의 위대한 인물은 위대하고 숭고한 면이 있을 뿐만 아니라 평범하고 속된 면도 분명히 지니고 있다. 완전한 사람을 구석구석 자세하게 살펴보려면 무릎 꿇은 채로 그의 책을 읽어서는 안 된다.” 이런 접근법으로 중국의 고전을 재해석하고 있으니 독자들의 문화적 충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김동민 옮김.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