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아직도 가정방문 하는 50대 교사 분투기
입력 2014-05-09 02:21
도대체 학교가 뭐길래!/이상석(양철북·1만5000원)
새 학년이 되면 가정방문을 하는 그를 주위에선 혹시 촌지를 받기 위한 건 아닌지 색안경을 쓰고 보기도 한다. 가정방문을 하면 하루 2만원씩 출장비가 나가기에 가지 않는 다른 교사와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교장은 말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차 한 잔 얻어 마시기도 어려울 만큼 곤궁한 제자의 집들. 제자의 여동생 혼자 지키는 집에선 그 아이에게 외려 용돈을 쥐어주고 나오기도 한다. 그래도 가정방문을 마치면 아이들의 속내를 알게 돼 웃음 짓는다.
저자가 2000년대 중반 부산 경남공고에서 재직할 당시에 쓴 글들을 모은 책이다. 1988년에 펴내 5판 30쇄를 발행할 만큼 사랑받았던 ‘사랑으로 매긴 성적표’ 이후 25년여 만에 펴냈다. 세상도 변하고, 아이들도 바뀌고, 저자도 50대가 돼 힘이 부친다. 하지만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교육 현실에 대한 분노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그는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친다. ‘내 삶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선 먼저 내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하고,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선 자기 주체를 바로 세워야 하고, 주체를 세우기 위해선 글쓰기가 가장 알맞고 소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솔직담백해 감동을 주는 아이들의 글과 저자의 친구인 만화가 박재동의 만화가 실려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