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24 : 5 넥센… 핸드볼 스코어가 아닙니다
입력 2014-05-08 04:11
또 다시 프로야구에서 ‘핸드볼 스코어’가 나왔다. 이달 들어 3일을 제외하고 매일 두자릿수 득점이 나오면서 프로야구 질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NC와 넥센의 경기에선 NC가 24대 5로 승리하며 올 시즌 최다 점수 타이 기록을 세웠다, 전날 롯데가 두산을 19대 10으로 이긴 데 이어 이틀 연속 나온 최다 점수다. NC는 3회초 이종욱, 나성범, 이호준의 세 타자 연속 홈런을 포함해 홈런 6방을 터뜨리며 ‘거포 군단’ 넥센을 흠씬 두들겼다. 세 타자 연속 홈런은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처음이다. NC는 이날 창단 이후 팀 최다 득점(24), 타점(24), 홈런(6), 안타(21) 기록을 동시에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6회말 강우 콜드로 경기가 끝난 게 다행이었다. 계속 진행됐더라면 지난 1997년 삼성이 LG를 상대로 27대 5로 이겼던 기록을 경신할 수도 있었다. NC는 20일만에 단독 선두로 다시 올라섰다.
이번 시즌 들어 한 팀이 두자릿수 득점을 한 경기는 이날까지 130경기 가운데 30경기로 22.2%나 된다. 약 4.3경기 중 1경기 꼴이다. 한 팀의 득점이 20점 이상 나온 경기도 세 번 있었다. 다득점 경기가 난무하는 것은 올 들어 심화된 ‘타고투저’ 현상을 그대로 반영한다. 올 시즌 외국인 타자 영입으로 타선 강화는 예상됐지만 이 정도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이날까지 홈런은 231개로 1경기당 1.8개 꼴로 나오고 있다. 실책이 10년내 가장 많은 것도 또 하나의 원인이다. 올 들어 실책은 경기당 1.53개로 지난해 1.26개를 훨씬 능가하며 역대 최다였던 1999년 1.57개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다득점 경기는 얇은 투수층과 무너진 불펜 탓이 크다. 올 들어 대부분 팀에서 선발진이 빨리 무너져 불펜 위주의 경기가 많아졌다. 그렇다보니 불펜이 강한 팀이 상위권에 올라있다. 실제로 삼성, 넥센, NC 등 불펜 평균자책점이 낮은 세 팀이 팀 순위 1~3위에 올라있다.
선발 투수들의 기량 저하 외에 사령탑의 조급함도 원인으로 꼽힌다. 리그 중반까지 중위권을 지키지 못하면 추격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초반에 무리를 해서라도 승리를 챙기려는 조급함이 불펜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불펜에서도 필승조와 패전처리조의 기량차이가 큰 것도 대량실점의 원인이 되고 있다. 초반에 선발투수가 무너져 패전처리조가 나올 때면 다득점이 속출한다.
문제는 이런 ‘핸드볼 스코어’ 경기가 속출하면서 팬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화끈한 타력쇼가 아니라 한국 야구의 수준이 낮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이날 대패한 후 “경기장을 찾아주신 팬들께 수준 낮은 경기를 보여드려 죄송하다”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롯데는 히메네스의 맹타를 앞세워 두산을 10대 6으로 이겼다. 4번 지명타자로 나선 히메네스는 5타수 2안타 3타점 2득점을 기록하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삼성은 SK와의 경기에서 0-4로 뒤지던 9회초 대거 5점을 뽑아내며 5대 4 역전승을 거뒀다. 한화는 11회 연장 접전 끝에 송광민의 적시타로 LG에 8대 7 승리를 거뒀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