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장한 어머니’ 문체부 7명 선정 발표
입력 2014-05-08 02:40
“우린 굶는데 남 돕는 어머니, 그 희생정신이 날 만들어”… 현대무용가 안은미
“소아마비로 다리 불편해진 아들에게 카메라 쥐어줘”… 미디어예술 작가 김형수
미숙아로 시력 잃었지만 正歌 배우도록 헌신… 국악인 이현아
35세였던 딸 격려해 작가의 길 가도록 깨우쳐… 소설가 은희경
어린 시절 누군가 집에 찾아오면 어머니는 항상 차비를 챙겨주고 작더라도 선물을 손에 들려 보냈다. 자식들은 굶고 있는데 왜 저렇게 남에게 신경 쓰는지 어린 소녀는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 어머니의 배려와 희생정신이 오늘날 그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파격적이고 도발적인 무대로 세계를 사로잡은 현대무용가 안은미씨와 그의 어머니 정창랑(82)씨의 이야기다. 안씨는 7일 “제가 예술가라는 어려운 직업을 선택해서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왔던 힘은 어머니에게 받은 영향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날 정씨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를 키워낸 어머니 7명을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로 선정해 발표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자녀를 예술가로 키운 어머니들의 헌신을 기리고, 예술 교육의 귀감으로 삼는다는 취지에서 1991년 제정한 상이다.
2009년 서울빛축제 총감독을 맡고 2013년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 초청됐던 미디어예술 작가 김형수씨의 어머니 강경림(82)씨도 포함됐다. 강씨는 돌 무렵 소아마비를 앓은 뒤 걷는 게 불편해진 아들에게 카메라를 쥐어줬다. 세 차례 대수술을 받은 뒤 미디어 예술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 유학을 결심했을 때에도 “몸도 불편한데 유학 가서 어떻게 지낼지 걱정이다”와 같은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김씨는 “딱 한 번, ‘힘들면 그냥 들어오라’고 하신 게 전부였다”며 불편한 다리를 걸림돌로 생각하지 않은 어머니 덕분에 남과 다른 삶이 가능했다고 고백했다.
소설가 은희경씨의 첫 독자이자 후원자는 어머니 이정애(80)씨다. “여성일수록 자기 능력을 갖고 자기 인생을 스스로 꾸려나가야 한다”고 가르쳤던 어머니의 격려가 두 아이를 낳고 침잠해 있던 당시 35세의 은씨를 자극하고 독려했단다.
국악인 이현아씨는 7개월 만에 800g의 미숙아로 태어났다. 두 차례 수술 끝에 시력을 잃었다. 아이가 소리에 흥미와 소질이 있다는 걸 깨달은 어머니 김희숙(54)씨는 넉넉지 않은 형편 속에서도 정가(正歌·아악 중 성악곡)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이씨는 그런 헌신에 힘입어 온나라 국악경연대회 정가 부문 대통령상(2013)을 수상하고 국립관현맹악전통예술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밖에 스타 연출가 김광보씨의 어머니 김갑연, 피아니스트 문지영씨의 어머니 이복례, 가수 문희옥씨의 어머니 김한순씨가 장한 어머니로 선정됐다. 이들은 8일 열리는 시상식에서 문체부장관 명의의 표창과 금비녀 ‘죽절잠’을 받는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