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실적 악화… 회사 한숨 커져도 오너는 ‘高연봉’

입력 2014-05-08 04:10


지갑을 굳게 닫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기업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10대 재벌그룹의 수익조차 줄어들었다. 매출 1조원이 넘는 상장사 중 약 23%는 순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오너일가는 여전히 막대한 보수를 챙기며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

◇한숨 느는 기업들=장기 불황에서 10대 그룹은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해 이들 그룹은 순이익이 줄어든 탓에 법인세도 2012년보다 적게 냈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현대자동차 등 10대 그룹의 세전 순이익은 50조8747억원으로 2012년(59조7976억원)보다 14.9% 감소했다. 이들 그룹이 낸 법인세 역시 11조2000억원으로 2012년(11조9000억원)보다 5.8% 감소했다.

그룹별로는 SK를 제외한 모든 그룹의 순이익이 나빠졌다. 특히 한진그룹의 적자액은 2012년 2506억원에서 지난해 1조1126억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GS그룹은 2012년에는 6120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경기 악화로 지난해에는 5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봐야 했다. 스마트폰이 궤도에 오르면서 수익을 더 끌어올리지 못한 삼성전자도 순이익 감소의 쓴맛을 봤다.

대다수 대형 상장사도 불황의 터널을 지나는 중이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3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 매출 1조원이 넘는 159개 상장사 중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상장사는 총 36개에 달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수치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이면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이자를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으로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현재 매출이 1조원이 넘는 대형 상장사 중에서 무려 22.6%가 이자를 내는 데도 허덕이고 있는 셈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기업 비중은 2011년 이후 매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2011년에는 146개사 중 17.8%, 2012년에는 158개사 중 21.5%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내지 못했다. 항공 해운 조선 건설 등 최근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는 기업들(대우건설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등)은 아예 이자보상배율이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LG전자는 2011년 마이너스에서 2012년 0.2배로 개선됐지만 지난해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그래도 오너는 돈 잔치=기업 경영이 극도로 어려워지고 있지만 재벌그룹의 오너들만큼은 여전히 높은 보수를 챙겨가고 있다. 이들은 특히 경영을 위해 직접 자리에 앉힌 전문경영인보다도 두 배가 넘는 급여를 받았다.

경제개혁연구소가 12월 결산법인 1666곳의 개별임원보수 공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연 보수액 5억원 이상 임원이 2명 이상 있는 대기업 그룹 73개 회사 중 가장 돈을 많이 받은 사람의 평균 보수는 24억1100만원이었다. 이들은 차상위자의 급여인 10억5900만원보다 2.28배를 더 많이 받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 그룹에서 최상위 급여자는 오너 일가 중 한 명이, 차상위 급여는 전문경영인의 몫이었다.

대기업 오너일가의 회장과 전문경영인 간 급여 격차가 가장 큰 곳은 SK였다.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SK, SK C&C, SK이노베이션 등 3곳에서 각각 87억원, 80억100만원, 112억400만원을 받았다. 반면 이들 기업의 전문경영인인 김영태 대표, 정철길 대표, 김창근 회장은 각각 10억9500만원, 10억2300만원, 16억7200만원을 받는 데 그쳤다. 금호석유화학 대한항공 현대모비스 등도 오너일가가 맡은 회장과 전문경영인과의 급여 격차가 두드러졌다.

오너 일가가 전문경영인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돈을 챙겨간 비결은 경영성과와 관련성이 적은 ‘급여’와 ‘상여’ 등 고정 급여 항목에 있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대기업 그룹의 오너 일가는 보수 총액 중 급여·상여 비중이 79%에 달한다”며 “오너 일가가 다른 임원들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지만 그 근거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