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 첫 저축銀 오픈… 서민금융 판도변화 조짐
입력 2014-05-08 02:44
대부업체가 인수한 저축은행이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으로 저축은행 업계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웰컴크레디라인(웰컴론)은 지난달 30일 인수한 예신저축은행의 상호를 웰컴저축은행으로 바꿔 달고 7일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대부업계 자산규모 3위인 웰컴론은 지난 2월 예금보험공사의 가교저축은행 매각에 참여해 예신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대부업체 1위인 아프로파이낸셜그룹(러시앤캐시) 역시 지난 2월 예주·예나래저축은행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조만간 저축은행 인수에 나설 예정이다.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는 2010년 저축은행법 시행령 개정 이후 지난해 9월 ‘대부업체의 저축은행 인수 정책방향’이 발표되면서 물꼬가 트였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매각 대상 저축은행은 늘었지만 기존 금융권의 인수 여력이 줄자 금융 당국이 대부업체에 빗장을 푼 것이다.
대신 대부업체의 신규 영업을 최소화하고 대부잔액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웰컴론은 향후 5년간 대부잔액을 40% 이상 감축하고 중장기적으로 대부업을 폐쇄할 방침까지 내놨다.
금융 당국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대부업체가 저축은행 업계에 투입됨으로써 자체적으로 혁신이 유도되는 ‘메기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 업계 입장은 달갑지만은 않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대부업체는 자체적 신용평가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어 경쟁할 경우 신용대출 분야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특히 대부자산을 40% 줄여야 하는데 한 번에 줄이면서 우량고객을 저축은행으로 흡수하려고 하면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업 계열 저축은행이 신용대출 분야에만 집중하게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재연 선임연구위원은 “대부업계 제도권 편입으로 금리가 인하되는 것은 장점”이라며 “다만 저축은행이 개인신용대출과 중소기업대출을 모두 다뤄야 하는데 중소기업대출 노하우가 없는 대부업체가 한쪽으로 쏠릴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