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습관 길들여 충성 고객 만들어라!”

입력 2014-05-08 02:35


요즘 사람들은 손목시계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한다. 영화관에 가지 않고 집에서 주문형비디오(VOD)로 최신 영화를 보는 이도 많아졌다. 이처럼 처음 접한 기기나 서비스라도 자꾸 사용하다 보면 어느새 그 제품이나 서비스에 익숙해지고 예전과 다른 습관에 길들여지게 된다. 습관이 제품과 서비스에의 의존도를 높여주는 것이다.

이런 패턴을 간파한 전자업계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습관을 심어줄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특정 방식의 제품이 익숙하고 편리해지면 자연스레 충성고객이 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은 소비자의 습관을 만들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제품이다. 항상 손에 쥐고 같은 방식으로 반복 조작하는 물건인 만큼 버튼을 누르는 방식, 터치감, 호환성 등에 익숙해지게 만든다. 그게 달라질 때에는 번거롭고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업체들은 특정 운영체제(OS)나 사용자환경(UI)에 사용자를 길들이기 위해 다양한 UI와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가령 LG전자는 최근 스마트폰 화면을 톡톡 두드려 화면을 켜는 ‘노크코드’ 방식으로,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3’ 등은 내장된 펜을 통해 스마트폰 화면에 메모하는 습관으로 소비자를 붙잡아두려 했다.

스마트폰 업체들이 잇따라 지문인식 기능을 채택하는 흐름도 소비자들이 점점 더 길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문인식을 사용해본 사람들이 늘면서 지문인식 기능이 있어야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TV도 고화질 및 대(大)화면에 점점 길들여지는 추세다. 예전엔 평수가 작은 집에서는 40인치대 이하 TV를 사용하는 게 당연시됐지만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업체들이 50인치 이상 TV를 주력 제품으로 내놓으면서 집 크기와 상관없이 대화면 TV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55인치 이상 TV 구매 비중이 크게 늘고 있고 올해의 경우 초고화질(UHD) TV 수요가 판매량 기준 지난해 대비 350%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얼마 전 출시된 LG전자의 2014년형 65인치, 55인치, 49인치 UHD TV는 예약판매 3주 만에 900대 판매를 돌파하기도 했다.

근거리 무선통신기술(NFC)인 블루투스가 적용된 제품이 많이 팔리는 것도 ‘습관’ 때문이다. 과거에는 PC를 쓸 때 유선 마우스를 사용하거나 유선 이어폰 또는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었다. 하지만 블루투스 제품들이 나오면서 소비자들은 줄 없는 제품에 익숙해지고 있다. 목걸이형 블루투스 이어폰 ‘톤 플러스’를 판매하는 LG전자 관계자는 7일 “목걸이형 블루투스 이어폰은 노트북이나 스마트폰과 줄 없이 통신이 가능하다”며 “목에 걸린 이어폰의 버튼을 눌러 전화 통화와 음악 청취 등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사용자들이 손을 목에 갖다 대는 게 습관이 되고 목에 이어폰이 없을 때에는 허전함을 느끼곤 한다”고 말했다. ‘톤 시리즈’는 2010년 첫 출시 후 지난해까지 세계적으로 200만대 이상 판매될 정도로 계속 인기를 끌고 있다.

스마트 가전 분야도 습관 선점에 나섰다. 삼성전자 LG전자 필립스 등이 뛰어든 ‘스마트 조명’은 스마트폰으로 조명을 제어할 수 있는 서비스로 여기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직접 스위치를 켜고 끄는 데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스마트 가전 분야 전반적으로 ‘습관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그런 흐름이 침체됐던 전자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