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못 꺼내고… 진도 어민들 ‘기름앓이’
입력 2014-05-08 03:35
세월호에서 유출된 기름띠가 전남 진도 사고해역 인근 양식장과 해안까지 확산돼 어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반경 10㎞이내 동·서거차도와 병풍도 등 4개 섬 300여명의 어민들은 예년 이맘때 미역 수확에 구슬땀을 흘렸지만 올해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의 슬픔에 가려 남모를 속앓이를 하고 있다.
7일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와 진도군에 따르면 침몰 당시 세월호에는 벙커C유 13만9000ℓ와 경유 3만9000ℓ, 윤활유 2만5000ℓ 등 총 20만3000ℓ의 기름이 실려 있었다.
대책본부는 지난달 19일부터 세월호에서 흘러나온 기름띠가 발견되자 해양오염 위기경보를 한 단계 높은 ‘주의’로 격상시키고 방제선 30여척을 투입해 방제작업을 벌이고 있다. 진도군낚시어선연합회 등도 이와 별도로 지난 1일부터 낚싯배 등에 ‘자율구조선’이라는 노란 깃발을 달고 사고해역을 돌면서 기름 제거작업에 나서고 있다. 다른 어민들은 해안가 바위 등에 들러붙은 기름을 흡착포로 닦아내고 있다.
하지만 빠른 조류 탓에 기름띠가 인근 미역 양식장 등으로 퍼져 2차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대책본부와 진도군이 잠정적으로 파악한 양식장 피해 면적은 413㏊에 달한다. 오염피해가 발생한 곳은 4월부터 6월까지 본격 수확하는 미역 양식장이 대부분이다.
어민들은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에는 전국 각지의 자원봉사자들이 찾고 있지만 정작 일손이 필요한 진도군 임회면 서망항 기름방제 인력은 태부족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진도군낚시어선협회 박태일(62) 회장은 “세월호 침몰 사고로 생업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다”며 “낚싯배에 의존해 생계를 꾸려왔는데 5월에 잡혀 있던 일정이 모두 취소돼 타격이 크다”고 밝혔다.
어민 박모(55)씨도 “미역, 다시마 등의 수확을 포기했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사고의 상처가 워낙 큰 데다 유가족의 처지를 생각하니 말도 못 꺼내고 있다”고 한숨을 지었다.
진도군 관계자는 “보상에 대비해 관련 자료를 확보해두라고 어민들에게 조언하고 방제대책에 매달리고 있을 뿐 뾰족한 수가 없다”며 “세월호 침몰 사고가 수습되면 정부차원의 보상대책이 마련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진도=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