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모군, 채동욱 혼외자 맞다”] ‘혼외자’ 근거는 세세히 밝혔지만 ‘윗선’ 규명엔 실패
입력 2014-05-08 03:26
검찰은 지난 8개월간의 수사 기간 동안 채모(12)군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가 맞는지 여부를 밝히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검찰 관계자는 7일 “혼외자 실재 여부가 명예훼손, 변호사법 위반 사건 등의 핵심 쟁점이라 실체 규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도 여권 핵심의 ‘채동욱 망신 주기’ 공정에 검찰 조직이 동원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서봉규)는 우선 13년 전 채군 어머니 임모(55)씨의 산부인과 진료기록과 채군의 초등학교 생활기록부 등을 혼외자의 정황증거로 들었다. 임씨가 채군을 임신 중이던 2001∼2002년 산부인과 ‘산전기록부’와 ‘양수검사동의서’의 보호자란에 각각 ‘채동욱’이란 이름이 기재돼 있고, 채 전 총장의 자필 서명도 들어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2월 서울 강남의 한 산부인과를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채군의 학적부와 지난해 7월 작성된 유학 신청 서류에도 채 전 총장이 ‘부(父)’로 돼 있다고 한다. 유학원 관계자도 검찰 조사에서 “채군에게 아빠 직업을 물었더니 ‘검사’라고 답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임씨 자택에서 채군 돌 무렵인 2003년 7월 촬영한 사진도 압수했다. 가로 27.5㎝×새로 36㎝ 크기의 흑백 사진에는 채 전 총장과 임씨, 채군이 모두 검정색 하의와 흰색 상의를 맞춰 입고 맨발로 서서 찍은 모습이 담겼다고 검찰은 전했다. 임씨는 임신 8개월 때부터 모친에게 “○○이의 아빠는 채동욱 검사”라고 말했으며 이후 채군에게도 채 전 총장이 아버지라고 알려 줘 아들 역시 그렇게 알고 자랐다고 한다.
2003년 3월부터 4년여간 임씨 집에서 가정부로 일한 이모씨는 검찰에서 “채 전 총장이 집에 자주 찾아와 채군과 놀아줬다. 돌잔치를 할 때도 채 전 총장이 왔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확보한 가정부 이씨의 일기장에는 2007년 1∼8월 채 전 총장이 10여 차례 임씨 집에 드나들었다고 적혀 있다고 한다. 채 전 총장은 이씨에게 ‘○○ 아빠’라고 직접 쓴 연하장을 주기도 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임씨 주변의 계좌추적 과정에서 채 전 총장이 채군 유치원 입학 시점인 2006년 3월 임씨 지인 박모씨에게 9000만원을 송금했으며, 박씨가 돈을 인출해 임씨에게 전달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는 채 전 총장의 고교 동창인 이모(56·구속기소)씨가 채군 계좌로 거액을 송금해주기 4년 전 일이다. 이씨는 지난해 5월 채군이 유학 상담을 받을 때나 미국 출국 무렵, 혼외자 의혹 보도를 전후한 시점에 채 전 총장은 물론 임씨와도 빈번하게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씨가 두 사람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가족관계등록부에 등재만 안됐을 뿐 채 전 총장은 채군 임신 단계부터 출생, 성장 과정, 외국 유학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대목마다 아버지로 표기되거나 아버지로 처신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채 전 총장은 현재 집이 아닌 모처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는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채 전 총장을 대리했던 한 변호사는 “지난해 9월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낼 때만 해도 ‘혼외자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후의 일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지호일 황인호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