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교수님들 해도 너무 하네… 저소득·소외계층 학생 문화예술 교육 예산 수억 짜고 빼먹어
입력 2014-05-08 03:29
저소득·소외계층 학생들에게 오케스트라, 연극, 국악 등 문화예술 교육 기회를 제공하려고 투입된 예산을 공무원과 명문대 교수들이 가로챘다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이 범행을 주도했고 서울대·이화여대 등의 교수들이 적극 가담했다. 아이들을 위한 예산이 공무원 해외여행 경비 등으로 빼돌려지고 있었지만 교육부나 교육청의 감사 기능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초·중등 예술교육 활성화 사업 예산 수억원을 가로채고 사업단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교육부 6급 공무원 박모(51·여)씨와 문체부 5급 공무원 최모(5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이들의 불법 행위에 가담한 사업단의 서울대 음대 김모(57) 교수와 이화여대 음대 정모(45·여)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홍익대, 성신여대 교수 등 9명도 함께 입건됐다. 특히 김 교수는 사업단장으로 서울대 음대 학장이다. 뇌물 액수가 300만원 미만인 교육부 공무원 5명과 예산감사 등 직무에 태만했던 교육청 공무원 3명은 비위 사실이 해당 기관에 통보됐다.
이 사업 담당자인 박씨는 2011년 사업이 시작되자 평소 알고 지내던 최씨와 범행을 공모해 2012년부터 실행에 옮겼다. 이들은 2012년 5월부터 지난 2월까지 자신들의 친인척 등 9명을 사업단 연구원으로 허위 등록시킨 뒤 이름만 걸어놓고 급여 명목으로 2억400만원을 받아 챙겼다. 또 박씨는 지난해 5월 서울대로부터 사업단 법인카드를 받아 최씨와 함께 4800만원을 개인 용도로 썼다. 아이패드 등 1000만원 상당의 선물과 상품권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박씨는 2013년 사업단 공모 당시 서울대를 미리 내정하고 기존 사업단의 사업기획서를 빼돌려 건네주고 최씨를 심사위원으로 위촉해 높은 점수를 주는 등 특혜를 제공했다. 또 사업의 관리감독권을 갖고 있는 시·도 교육청을 배제하고 마음대로 사업단 업무에 관여했다.
박씨가 전횡을 휘둘렀지만 견제는 전혀 없었다. 현금·상품권 등을 상납 받은 박씨의 상급자들과 동료는 액수가 작아 기관통보에 그쳤다. 교육부 내부 감사도 없었다. 교육청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담당 교육청인 강원·대구 교육청은 “박씨가 직접 나서서 교육부 사업인 줄 알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와 이화여대 교수들은 연구원을 허위로 등록시키고 지출청구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수법으로 9000만원을 편취했다. 예산을 전용해 사업단 관계자나 장학사들의 미국 시찰 비용으로 지출하기도 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