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0원 깨진 환율… 중소기업 직격탄

입력 2014-05-08 03:07


원·달러 환율이 5년9개월 만에 1030원 선 아래로 떨어졌다. ‘환율 쇼크’로 코스피지수도 1940선을 내줬다. 환율 급락에 따라 수출 기업들에 ‘수익성 악화’ 경고등이 켜지자 외환 당국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연휴 전 마지막 거래일보다 7.8원 떨어진 1022.5원에 장을 마쳤다. 2008년 8월 7일(종가 1016.5원) 이후 5년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1분기 1060원∼1070원 선에서 움직이던 원·달러 환율은 4월 이후 한 달여 만에 42원 넘게 급락했다. 지난달 원화는 40개국 통화 중 달러화 대비 가치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코스피지수도 외국인이 3000억원 이상 순매도한 영향으로 전 거래일보다 19.56포인트(1.00%) 내린 1939.88로 장을 마감했다. 환율 급락에 따른 자동차·조선 등 수출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된 게 치명타였다. 현대모비스가 3.40% 급락하고 현대차(-0.89%)와 기아차(-0.36%)도 약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 하락, 즉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로 쌓인 달러가 시장에 매물로 쏟아지는 가운데 글로벌 달러 약세 현상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과거에 비해 외환 당국이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측면도 환율 하락을 부추겼다. 결제통화 다변화, 해외 현지 생산 증가 등으로 환율이 우리 기업의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과거에 비해 줄어든 데다 미국 정부가 원화 절상 저지 개입을 비판하고 있는 것도 요인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정부가 내수 부양을 위해 일정 부분 환율 하락을 용인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간 글로벌 경기침체를 겪으며 체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수출기업들에 환율 급락은 수익성 악화라는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품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가격을 마음대로 인상할 수 없는 만큼 결국 채산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국내 생산분의 75∼80%를 수출하는 현대·기아차는 환율이 10원 하락할 경우 연간 2000억원의 매출 손실을 보는 것으로 추산한다. 특히 환리스크 관리가 취약한 중소기업의 경우 직격탄이 될 수 있다.

환율 1030원 선이 깨지자 추세적으로 1020원 선도 머잖아 붕괴될 수 있다는 전망도 늘고 있다. 하지만 추가 환율 하락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상수지 흑자는 내수 위축에 따른 ‘불황형 흑자’ 성격이 다분하다”며 “경상수지가 흑자 행진을 하고 있지만 결코 현재의 원화가 저평가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외환 당국은 시장 참여자들의 동향을 점검하면서 필요할 경우 구두 개입성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환율 움직임이)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에 대해선 정부가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