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가계부 결국… 1년만에 수정될 듯
입력 2014-05-08 02:23
정부의 공약가계부가 1년 만에 수정된다. 정부는 지난해 5월 ‘건국 이래 최초’라는 수식을 달며 공약가계부를 적극 홍보했지만 수정작업은 오는 9월 내년 예산안을 짜면서 ‘슬그머니’ 이뤄질 전망이다. 재원 조달의 한계가 드러난 만큼 증세를 통해 재원 조달을 현실화하는 등의 보완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년 만에 펑크난 공약가계부=정부는 대선공약과 140개 국정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지난해 5월 134조8000억원에 달하는 공약가계부를 발표했다. 세출 절감을 통해 84조1000억원, 세입 확충분 50조7000억원을 임기 5년 동안 마련하겠다며 연차별로 재원확보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세출 절감을 통해 9조5000억원을 마련키로 했지만 실제로는 5조5000억원을 줄이는 데 그쳤다. 목표치보다 4조원이 펑크난 셈이다. 지난해 세출 절감 목표치 4조5000억원이 모두 국정과제 재투자분이라는 점에서 세출 절감 원년이었던 올해부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국정과제 재투자라는 것은 국방 등 다른 분야에 쓸 재원을 용도를 바꿔 공약을 이행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사실상 세출 절감이 아닌 용도 변경인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세출 절감 쪽에서는 조 단위 투자가 요구되는 재난안전 관련 예산은 증액으로 가닥이 잡혔고, 경제혁신 3개년계획을 뒷받침할 세제지원 항목은 늘었다. 결국 줄일 부분은 사회간접자본(SOC)투자 정도인데 지방자치단체와 국회의 반발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지하경제양성화 등을 통해 올해부터 4년간 47조8000억원을 조달해야 하는 세입 확충 부문도 세입 여건을 감안하면 달성이 불투명하다. 지난해 8조5000억원의 세수 펑크가 난 데 이어 올 들어 1∼2월 법인세 징수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땜질 이제부터 시작?=정부 내에서는 공약가계부 작성 당시부터 재원 조달의 어려움을 예견하고 있었다. 지난해 하반기 기획재정부는 올해 예산안을 짜면서 이미 공약가계부 재원 조달에 차질이 발생한 것을 인지했다.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올해 4조원의 세출 구조조정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7일 “세출 절감 목표치는 못 줄인 것이 아니라 경기상황 등을 감안해 안 줄인 것”이라며 “수정은 하겠지만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상 공약가계부는 매년 무리한 목표치를 뒤로 미뤄야 하는 구조다. 지난해 공약가계부 발표 시 정부가 경기상황에 맞춰 매년 수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 관계자는 “증세 등 특단의 대책 없이는 달성하기 힘든 숫자”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부담이 되는 증세는 사실상 생각하기 힘든 카드다. 정부 안팎에서는 대규모 SOC 투자 사업 등 비현실적인 공약을 이제라도 철회하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