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힘잃은 中경제… 꺾이는 對中수출… 한국 제조업 ‘발목’

입력 2014-05-08 03:42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이 사상 두 번째로 월 500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 같다. 바로 좀처럼 회복되지 않은 중국 경제 반등세 때문이다. 우리 수출 중 25% 안팎의 비중을 차지하는 대중국 수출 증가세의 둔화는 국내 제조업 성장에도 악재로 작용, 우리 경제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공개한 4월 수출액은 503억1500만 달러로 지난해 10월 504억8000만 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선박 자동차 무선통신기기의 수출 호조로 미국과 아세안, 일본에 대한 수출 증가율이 모두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반면 중국에 대한 수출 증가율은 2.4%로 3월(4.4%)보다 대폭 둔화됐다.

문제는 중국에 대한 수출 증가율 둔화 추세가 지나치게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대중국 수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8.6%였으나 올 들어서는 1∼4월 평균 2.8%에 그쳤다. 그나마 2개월 연속 상승하던 수출 증가율이 4월에 다시 고꾸라졌다.

지난해 전체 수출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6.1%로 미국(11.1%) 일본(6.2%) 유럽연합(EU·8.7%)을 합친 것보다 많다.

대중 수출 증가세가 힘을 받지 못하는 것은 중국 실물경제의 부진 때문이다. HSBC에 따르면 중국의 4월 HSBC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확정치는 48.1로 전망치 48.4보다 0.3포인트 낮은 수준이며 잠정치인 48.3에도 못 미쳤다. PMI지수가 50 이상을 보이면 경기 확장을, 그 이하는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또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1일 발표한 4월 제조업 PMI는 전달보다 0.1포인트 상승한 50.4로 집계됐지만 개선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오히려 경기회복 기조를 가로막을 수 있는 리스크가 도드라져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통상 계절적으로 봄에 접어들면 중국 PMI지수가 큰 폭의 반등을 보여줬지만 올해는 그렇지 못하다. 특히 4월 제조업 PMI지수 중 수출신규주문지수는 49.1로 전월(50.1)보다 오히려 떨어진 데다 기준선(50) 이하로 하락했다. 수입지수도 48.6으로 3월의 49.1보다 하락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7일 “수출을 통한 중국 경기회복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수입지수 부진은 재고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각종 산업 원자재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지 못하면서 중국 경기에 부담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제는 국내 제조업 경쟁력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주고 있다.

HSBC는 지난달 한국의 제조업 PMI가 50.2를 기록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는 3월의 50.4보다 소폭 하락한 것이다. 로널드 맨 HSBC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PMI 하락은 한국의 경기 회복세가 완전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면서 중국과 같은 주요 신흥국 시장의 한국산 공산품에 대한 수요가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HSBC의 한국 PMI는 국내 400개 이상 기업의 구매 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신규 주문·생산·고용·배송시간·재고량을 조사해 종합 점수화한 지수다.

박 연구원은 “중국 경기회복 여부가 국내 수출 및 내수 확장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