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6·4 지방선거 (1) 제주도] 새인물이냐, 제주통이냐… 원희룡 우세 속 신구범 추격
입력 2014-05-08 02:20
“세월호 참사로 너무 마음이 아프지만 앞으로 먹고 살 일이 걱정입니다. 수학여행단이 아예 안 와서 벌써 며칠째 손님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김모(53)씨는 7일 “세월호 여파로 제주 경제가 죽게 생겼다”며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는 도지사는 획기적인 관광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지사 선거의 최대 쟁점은 제주 경제 살리기라는 데 주민들의 이견은 없었다.
일부 도민들은 해군기지, 드림타워 건설, 신공항 추진 등 제주도의 현안들이 정책대결로 다뤄지지 않은 채 묻혀버릴까 걱정하고 있다. 제주시 연동 강모(37)씨는 “후보들 입장에서 대놓고 선거운동을 하지도 못하겠지만 그렇다고 현안 문제에 손을 놔서는 안 된다”며 “TV토론에서 현안들이 활발히 논의됐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비쳤다.
제주도지사 선거는 새누리당 원희룡(50)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신구범(72) 후보 간 양자 대결로 사실상 압축됐다. 세월호 참사 여파 탓에 선거 열기는 아직 뜨겁지 않지만, 제주 도민들은 나름대로 지지 후보에 대한 자신만의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권모(39·제주시 노형동)씨는 “새로운 인물이 제주를 제대로 바꿔야 한다”며 “중앙정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원 후보가 당선돼야 제주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모(55·서귀포시 송산동)씨는 “제주판 3김시대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며 “20여년간 제주를 망쳐온 3김 중의 한 사람인 신 후보가 또다시 선거판에 나서는 현실이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반면 유모(48·제주시 일도동)씨는 “원 후보가 4·3위령제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들었다”며 “그동안 제주를 외면하다가 도지사를 하겠다고 고향으로 온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모(65·제주시 화북동)씨는 “신 후보는 삼다수를 개발한 행정의 달인”이라며 “경험이 풍부하고 새로운 정책을 많이 제시하는 신 후보가 도지사가 돼야 안심할 수 있다”고 지지 의사를 표시했다.
현재 판세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 원 후보가 신 후보를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다만 원 후보는 ‘낙하산 후보’라는 약점을, 신 후보는 후보 선정 과정에서의 내홍을 극복하고 야당 지지세를 묶을지가 관건이라는 게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