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롯데월드몰, 오픈못해 국제분쟁 우려
입력 2014-05-08 03:46
안전성 논란 등으로 제2롯데월드에 대한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롯데그룹이 롯데월드몰 오픈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국제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7일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123층짜리 롯데월드타워동을 제외하고 공사가 거의 마무리된 3개동 저층 건물에 해외 명품과 면세점, 백화점, 수족관 등과 각종 엔터테인먼트 업종을 입점시켜 당초 이달부터 영업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롯데월드타워동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서울시가 롯데월드몰 오픈을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영업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롯데월드몰 시행사인 롯데물산 측은 5월 중 3개동 공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사용허가신청서만 내면 열흘 안에 사용 승인이 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처럼 오픈이 마냥 늦어지면서 입점을 하려던 국내·외 업체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달 내에 롯데월드몰이 열리지 않을 경우 입점 예정이던 업체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을 것”이라며 “특히 해외 명품 브랜드들과는 손해배상 문제에 휘말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층 부티크 매장에 들어설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불가리 등의 해외 명품업체들은 매장 공사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매장 인테리어를 해외업체에 맡기고 자재도 해외에서 가져오기 때문에 오픈이 미뤄질수록 공사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만약 오픈 시점이 하반기로 미뤄질 경우엔 계절이 달라지기 때문에 인테리어를 새로 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일부 브랜드는 하절기 오픈에 맞춰 본사에 이미 물량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업체 관계자는 “패션은 시즌 상품이라 시기를 놓치면 안 되는데 ‘5월에 오픈한다, 6월에 오픈한다, 8월에 오픈한다’는 말만 많을 뿐 아직 구체적인 오픈 날짜를 통보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정된 날짜에 문을 못 열 경우 하절기용으로 발주한 물량에 대한 피해 보상 등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나마 목소리가 큰 해외 브랜드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국내 업체들은 대기업 롯데 측의 눈치를 봐야 해 피해를 입더라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처지다. 국내 업체 관계자는 “입점이 계속 늦춰지면 국내 브랜드들은 다른 매장이나 아울렛 등으로 물량을 돌려야 하지만 불황으로 매출이 예전 같지 않아 결국 재고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갑(甲)인 롯데 측에는 아무 말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롯데도 손해배상 문제 때문에 속을 끓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업체들한테 피해가 발생하면 보상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오가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입점이 많이 지연되면 업체들도 피해가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배상 부분들은 앞으로 고민해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롯데가 롯데월드몰의 5월 오픈을 예상하고 지난 3월 진행했던 채용박람회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채용박람회에 응한 강모(25·여)씨는 “취업난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갔는데 두 달이 다 돼 가도록 연락이 없다”면서 “취업이 간절한 우리를 상대로 대기업이 장난을 친 느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 측이 박람회 당시 채용 시점을 ‘롯데월드몰이 문을 열 때’라고 공지해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당시 롯데는 1000여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