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어버이날 카네이션 잊지 않던 착한 아이였는데…”
입력 2014-05-08 02:11
“매년 어버이날 카네이션 달아주던 네가 하루아침에 하늘나라로 갔어. 엄마, 아빠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니….”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 내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 유가족 대기실 밖으로 유족 A씨의 울음 섞인 넋두리가 흘러나왔다.
어린이날에도 먼저 간 자식 생각에 힘겹게 하루를 버텼는데 어버이날이 다가오니 더 서글퍼져 그저 목 놓아 울 뿐이었다. A씨는 “용돈도 얼마 주지 못했는데 그걸 모아 어버이날마다 카네이션을 꼭 달아줬다”며 “이렇게 허망하게 보내면 안 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영정 앞에 국화꽃을 올려놓고 오랫동안 침묵하던 조문객들은 어버이날을 생각해서인지 분향소 밖으로 나와 유족들에게 더욱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넨 뒤 돌아갔다.
안산시청 대강당에서는 ‘기록보관함’이라고 쓰인 상자 여섯 개가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개봉됐다.
그동안 추모객들이 임시·공식 합동분향소 앞에 적어놓고 간 눈물의 메시지들이 국가기록원 혹은 추모관에 보관되기 위해 지난 2일 밤 옮겨졌다. 상자 안에는 전국 각지 추모객들이 남긴 메시지들이 담겨 있다.
‘어른인 게 부끄럽다’는 자조 섞인 글에서부터 ‘많이 추웠지. 좋은 곳에서 고통 없이 행복하길’ 등 세상을 떠난 이들의 명복을 비는 글까지 다양했다. 추모객들은 “어른이 미안하다”라거나 “너희들을 아무것도 돕지 못했다”라며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해 자책감을 나타내는 글들을 가장 많이 남겼다.
추모객들의 메시지는 현재도 공식 합동분향소 출구 옆 추모글 게시판을 계속 채우고 있다.
안산 정부합동분향소를 다녀간 조문객은 오후 5시 현재 44만명을 넘어섰고 추모 문자메시지(#1111)는 9만7000여건이 전달됐다. 분향소에는 학생 198명과 교사 5명, 일반인 26명 등 모두 229명의 영정이 안치돼 있다. 안산지역 장례식장 6곳에서는 단원고등학교 학생 10명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세월호 침몰 사고 문제 해결을 위한 안산시민사회연대는 오는 10일 ‘희생자 추모와 진실을 밝히는 국민촛불’ 행사를 연다. 당일 오후 3시 식전 행사로 정부 공식 합동분향소가 설치된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노란색 인간띠 잇기’를 한다. 오후 6시 안산문화광장에서는 실종자 구조와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촛불행사도 연다.
안산시민사회연대 관계자는 “희생자 추모와 진실규명 촉구를 위해 행사를 준비했다”며 “촛불행사에는 시민 1만명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산=김도영 기자 do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