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조심스런 선체 인양론… 가족들 “너무 이르다”
입력 2014-05-08 04:03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4주째로 접어들면서 일각에서 선체 인양 문제가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잠수사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해 있는 가운데 지난 6일 오전 실종자를 수색하던 민간 잠수사 이광욱(53)씨가 사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 대다수는 수색작업이 완전히 끝나기 전까지는 선체 인양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실종자 아버지 A씨는 7일 “고생하고 있는 잠수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지만 차가운 바다에서 고생하고 있을 아이를 생각하면 선체 인양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실종자 가족 B씨도 “선체 인양이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인양 후에는 찾은 시신을 알아볼 수도 없을 거 아닌가”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실종자 가족들은 선체 인양 과정에서 시신이 훼손될 우려가 있는 데다 인양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경우 시신 수습이 더 늦어지거나 유실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물살이 느려져 구조 여건이 양호할 것으로 기대되는 소조기인 오는 10일까지 객실 수색을 일단락 짓고 공용구역으로 수색을 확대할 계획이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실종자 가족들의 동의가 있어야 인양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 지금은 실종자 수색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말했다.
앞서 실종자 가족들은 지난 3일 일부 언론과 방송에서 인양 문제가 거론되자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취재하고 있는 해당 방송사와 기자들을 찾아다니며 강하게 반발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수색작업 여건 등이 극도로 취약해지는 상황지만 시신이라도 꼭 찾아 마지막 한번 부둥켜안고 싶은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
민간 잠수사 이씨 사망 소식이 들려온 이후 일부 실종자 가족 사이에 동요가 일고 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찾기 위해 목숨을 잃는 걸 내 아이도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은 대다수가 인양 반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오후 8시20분쯤 실종자 수색작업 중이던 해경 3009함에서 해경 항공단 소속 정모(49) 경사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헬기로 목포한국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해경 관계자는 “정 경사는 해경 헬기에서 전파 탐지기를 조종하는 전탐사로, 임무를 마친 후 동료에게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갑자기 쓰러졌다”고 말했다. 정밀검사를 받은 정 경사는 과로로 인한 다발성 뇌출혈로 판정돼 현재 수술을 받고 있다.
진도=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