쩔쩔매는 보육교사, 맘 졸이는 부모들
입력 2014-05-08 03:00
여섯 살 아들을 둔 박모(37·여)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매일 노심초사하고 있다.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혹시 사고라도 당할까 걱정이 돼서다. 천방지축 아이 22명을 20대 여교사 한 명이 쩔쩔매며 돌보는 모습이 자꾸만 떠오른다. 박씨는 “안전 때문에라도 영어유치원에 보낼까 고민하는 부모들이 주위에 부쩍 늘었다”며 “교사 1명이 돌보는 아이가 10명도 안 된다니까 그나마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무 비싸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어린이집 보육교사 한 명이 책임지는 아동 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9∼2012년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안전사고는 1만5389건, 사망사고는 41건이었다. 부딪히거나(5367건·34.9%) 넘어지거나(4334건·28.2%) 떨어지는(643건·4.2%) 사고가 절반을 넘었다. 어른들이 주의 깊게 보살피면 줄일 수 있는 사고들이다.
하지만 어린이집 교사가 일일이 아이들을 보살피기에는 맡고 있는 아이가 너무 많다. 영유아보육법에 정해진 교사 1명당 아동은 만 1세 미만 3명, 1세 5명, 2세 7명, 3세 15명, 4세 이상 20명이다. 원칙은 이렇지만 어린이집 규모 등에 따라 만 1∼2세는 2명, 3∼4세는 3명까지 아동 인원을 추가할 수 있다. 만 3세 이상 유아만 놓고 보면 미국은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이다. 교사 1명이 만 3세는 7명, 만 4세 이상은 8명까지만 볼 수 있다.
일선 보육교사들은 너무 많은 아이들을 보는 게 힘에 부친다고 말한다. 보육교사 김모(26·여)씨는 “3세가 지나면 혼자서 하는 것도 많아지지만 그래도 개별적인 보호와 관심이 필요하다”며 “맡은 아이가 많다 보니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기에는 벅찬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8년차 보육교사 이모(29·여)씨는 “3세 이상은 외부활동이 많다 보니 대체로 젊은 교사가 맡는다”며 “공원 같은 데서 마구 뛰어다니는 아이 20명을 혼자 감당하다 보면 부딪치고 넘어지는 자잘한 사고는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보육교사 1명이 맡는 아동 수를 당장 줄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예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보육교사를 늘리지 못한다면 ‘보조교사’를 적극 활용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해부터 3∼5세 누리과정 운영지원금을 보조교사 채용·인건비에 우선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하루 평균 3∼5시간 근무하는 보조교사 채용률은 낮은 편이다. 육아정책연구소의 ‘어린이집 반 편성 기준 개선방안 연구보고서’를 보면 보조교사 채용률은 유아 연령에 따라 37∼65% 수준으로 조사됐다. 외부 활동을 하거나 안전상 각별한 주의가 요구될 때 반드시 보조교사를 동행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육아정책연구소 이정림 팀장은 “교사 한 명이 맡고 있는 아동이 많을수록 아이의 안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안전은 물론이고 보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교사 대 아동 비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