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변호사·의사·형사… 요즘 드라마 주인공들 ‘평범한 직업’ 이 없네
입력 2014-05-08 02:50
평범한 주인공이 없다. 자격증은 기본이고 웬만한 직업은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뉴스에서나 접했던 강력 사건이 소재가 되고 법정 공방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자막을 동원해야 할 정도로 전문적인 용어가 등장하기도 한다. 치열한 두뇌 싸움은 기본, 권력과의 대결도 서슴지 않는다. 전문직에 푹 빠진 안방극장의 모습이다.
◇보통 사람들이 없네=지상파 3사는 최근 나란히 평일 새 미니시리즈를 선보였다. 전작들이 한두 주 간격으로 종영될 예정이었지만 세월호 침몰 참사 이후 무더기 결방이 이어지면서 첫 방송이 겹치게 됐다. 시기도 비슷하지만 법조인과 의사, 형사 등 전문직을 주인공으로 삼은 것도 공통점으로 꼽힌다.
MBC는 지난달 30일 새 수목드라마 ‘개과천선’을 시작했다. 대형 로펌의 유능한 변호사였다 사고로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자기 자신을 되찾고 법과 정의의 의미를 알아간다는 이야기로 배우 김명민이 주인공을 맡았다. 이범수가 형사로 변신한 새 월화드라마 ‘트라이앵글’은 5일부터 방영됐다. 부모를 잃고 경찰과 폭력배, 재벌 2세 등 서로 다른 인생을 사는 세 형제가 다시 만나는 멜로드라마다. ‘올인’ ‘태양을 삼켜라’로 호흡을 맞춘 유철용 PD와 최완규 작가가 5년 만에 다시 뭉쳤다.
SBS는 아예 의사와 경찰을 전면에 내세웠다. ‘트라이앵글’과 같은 날 첫 방송으로 맞붙은 새 월화드라마 ‘닥터 이방인’은 천재 탈북 의사가 한국 의사 집단에 끼지 못해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줄거리다. 이종석과 박해진이 의사로 분해 메디컬 첩보 멜로물에 도전한다. 7일 첫 방송된 ‘너희들은 포위됐다’는 4명의 신입 형사들과 이들을 맡게 된 강력반 팀장의 성장 과정을 그린 수사물로 차승원과 이승기가 출연한다. KBS도 검사와 경제 관료, 은행 고위직 등 금융계를 그린 ‘골든 크로스’를 방영 중이다. tvN ‘갑동이’도 연쇄 살인범을 쫓는 형사를 소재로 공소시효 폐지라는 묵직한 주제를 던져 호평을 받고 있다.
◇유행처럼 번지는 사회 장르극=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상사를 그린 홈드라마는 일일·주말로 물러나고 평일 미니시리즈는 미스터리와 추리, 반전을 담은 장르극이 넘쳐나는 분위기다. ‘개과천선’(6.9%·이하 닐슨코리아 기준) ‘트라이앵글’(8.9%) ‘닥터 이방인’(8.6%)도 모두 첫 회 시청률이 나쁘지 않았다. 반면 과거 영광을 누렸던 트렌디·멜로물은 눈에 띄게 줄었고 흥행도 저조하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검사·변호사·의사·형사 등 전문직이 대거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은 사회 부조리와 모순, 추악한 권력 다툼을 고발하는 사회극 소재로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라며 “광고주 입장에서도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장르극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직 장르물에 거부감을 느끼는 시청자들도 많다. 선정적이고 작위적인 설정이 많고 한 회만 놓쳐도 다음 회를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로 이야기 전개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고소득층 전문직이라는 설정에 어울리는 자동차, 양복, 시계 등 간접광고(PPL)가 지나치게 노출돼 눈요깃거리에 그친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