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흰 바탕에 검은 모래가 한 줌 휙 지나갑니다. 왼편에는 뱃머리만 간신히 떠오른 세월호가, 오른쪽에는 해변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가족들이 나옵니다. 세월호가 있던 자리는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영정으로, 영정은 다시 순백의 비둘기로 날아오릅니다. 영정 속 교복을 입고 웃음 짓던 소녀는 엄마 품에 안겨 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그토록 꿈에 그리던 장면입니다. 흑백의 모래 그림으로 재현됐습니다.
샌드 아티스트 신미리씨의 작품 ‘Forget me not(나를 잊지 말아요·사진 위)’이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오른 건 지난 3일입니다. 작곡가 윤일상씨가 세월호 침몰 희생자를 위해 만든 피아노 연주곡 ‘부디’가 배경음악으로 쓰였습니다. 이 역시 유튜브에 공개된 음원입니다. 해외 접속자가 많은 유튜브 특성상 영어권 이용자들의 글이 눈에 띕니다. “What a beautiful way to honor those pure souls RIP(저토록 순수한 영혼들을 위로하는 이토록 아름다운 방식이 있을까)”라고 했습니다. RIP는 ‘Rest in Peace’, 평화롭게 잠들라는 뜻으로 묘비에 많이 씁니다.
300명이 넘는 사망 및 실종자를 낳은 세월호 참사는 공감 능력이 탁월한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은 작가들이 손쉽게 많은 이들과 작품으로 만나는 공간입니다. 그래피티 작가 박병철씨는 페이스북과 자신의 블로그에 ‘잊지 말자(사진 가운데)’란 작품을 올렸습니다. 어느 다리 아래 기둥에 세월호 앞머리를 그렸는데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림은 락카로 그렸습니다. 저 곳은 비 오는 날 잠깁니다….”
30년 경력의 중견 판화가 이철수 화백은 학생들을 물 속을 날아가는 새(사진 아래)로 표현했습니다. 이 화백은 “결탁·계산·비리 없는 세상 있거든 거기로 가거라. 아름다운 영혼들아!”라고 호곡합니다. 이 작품은 170만명이 넘는 팔로어를 가진 이외수 작가의 계정에 리트윗 되면서 널리 퍼졌습니다.
먼 훗날 대한민국은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7일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말했습니다. 전 국민이 배가 가라앉는 장면을 지켜보며 발을 굴렀습니다. 인간과 생명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음을 자책하고 있습니다.
“잊지 말자”는 작가들의 외침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