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고승욱] 오보 없는 속보 가능할까

입력 2014-05-08 02:35 수정 2014-05-08 09:08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 세월호 참사를 보도한, 지금도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기자들 이야기다.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대한민국 언론도 침몰했다’는 질책을 받으면서도 변명조차 못하는 부끄러운 상황은 아직 계속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소식은 지난달 16일 오전 9시30분을 전후해 처음 알려졌다. 언론사에 뉴스를 공급하는 통신사인 연합뉴스가 9시27분 ‘진도 해상서 350여명 탄 여객선 조난신고…침수 중(1보)’이라는 제목의 속보를 내보냈다. 보도전문채널인 YTN은 긴급뉴스 체제로 전환했다. 신문사도 마찬가지였다. 기울어진 배를 TV로 보며 현장으로 급히 출동한 기자들과 관련 부처 출입기자들이 보내는 보고를 취합해 인터넷으로 속보를 전달했다.

연이은 오보로 신뢰 잃은 언론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라는 대형 오보는 첫 보도가 나간 지 1시간30분쯤 지난 뒤에 시작됐다. 경기도교육청은 오전 11시9분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문자를 기자들에게 보냈다. 방송과 인터넷은 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도 곧바로 ‘긴급-경기도교육청 대책반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발표’라는 제목의 기사를 인터넷에 전송했다. 마감이 빠른 석간신문들은 “수학여행을 간 학생들이 전원 구조됐다”는 기사를 담은 신문을 발행하고 다음 날 사과문을 낼 수밖에 없었다. 오후 2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탑승객 477명 중 368명을 구조했다”고 발표했고, 이 역시 ‘긴급’ 타이틀을 단 기사로 전국에 뿌려졌다.

실종자 가족들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오보는 오후 3시 중대본이 “구조자는 368명이 아닌 180명”이라고 정정하면서 바로잡혔다. 하지만 이후에도 ‘잠수사 선내 진입’ ‘세월호 내 고압산소 주입’ 등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사실인 것처럼 보도됐다. SNS와 인터넷에는 ‘세월호에서 온 문자메시지’ 같은 거짓말과 괴담이 떠돌았다. 없는 사실을 있는 것처럼 꾸며 유포한 명백한 범죄행위를 제외하더라도 대형 오보로 첫 단추를 잘못 꿴 언론으로서는 “믿을 수 없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신뢰를 잃은 언론이 전하는 기사는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떠도는 수많은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와 다를 게 없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임시절 국방부 대변인이었던 빅토리아 클라크는 전쟁이 발발해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에서 들어오는 급보에 대해 “최초의 보고는 항상 틀린다. 군사문제에 관한 한 이 말은 기본적으로 진실이다. 대부분의 놀라운 뉴스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피터 로퍼, ‘슬로우뉴스’, 도서출판 생각과 사람들). 확실치 않은 상황을 부족한 정보를 토대로 재구성했을 때 오류는 불가피하다. 이것이 속보가 갖는 기본 속성이자 한계다. 이 때문에 기자 출신인 피터 로퍼는 “뉴스는 완성된 뉴스가 나오기 전까지 부정확한 소식들을 끊임없이 내보내는 것이 아니다”며 “시시콜콜 전하는 TV뉴스나 실시간 기사가 뜨는 인터넷 뉴스는 아예 보지 않거나, 잘 선별해 볼 필요가 있다”고 단언했다.

신속성과 정확성 사이의 고민

지금은 SNS 시대다. 기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뉴스를 생산한다. 우연히 현장에서 중요한 긴급뉴스를 전 세계에 보낼 수 있다. 속보의 영역은 이미 언론의 손을 떠나고 있다. 그렇다면 기존 언론매체의 역할은 무엇일까. 정보가 홍수처럼 넘치는 시대에 사람들이 신문을 읽는 이유는 기사에 담긴 정보를 신뢰하고, 분석이 정확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속보의 경우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초년 기자 때부터 가졌던 뉴스의 정확성과 신속성이라는 상반된 가치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고민을 아직도 풀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이를 새삼 일깨워줬다. 오보가 없는 속보는 어떻게 하면 가능한 것일까.

고승욱 온라인뉴스팀장 swk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