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호 희생자들의 죽음 헛되게 하지 말라
입력 2014-05-08 02:21
철저한 진상규명과 안전한 나라 만들라는 민심 읽어야
학생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종이 팻말과 노란 리본이 묶인 국화꽃을 들고 마스크를 쓴 채 서울 명동과 신촌 거리로 나섰다. 엄마들은 마스크를 쓰고 노란 손수건을 머리에 두른 채 노란색 천을 들고 안산 합동분향소의 유가족 옆에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전국 합동분향소에는 150만명에 달하는 인파가 다녀갔다. 교계는 ‘세월호 참사 회복을 위한 한국교회연합’(가칭)을 어제 출범시키고 내일 안산제일교회에서 연합기도회를 갖는 데 이어 18일을 ‘애도주일’로 선포했다.
각자 하는 일이 다르고,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도 이들이 나선 이유는 단 하나다. 환한 대낮에 눈앞에서 수백명이 바닷속으로 사라져가는데도 속수무책으로 바라봐야만 했던 미안함과 자책에 그냥 울고 있을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월호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철저히 조사해서 진실을 밝혀내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제 아이가 웃을 수 있게 진상규명 바랍니다.’ ‘끝까지 밝혀줄게. 반드시 바꿔낼게.’ 거리로 함께 나서진 않았어도 침묵시위를 벌인 이들의 손에 들린 문구는 민심을 대변한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민심을 호도하려는 천박한 술수들을 경계한다. 일당 6만원을 받고 학생들이 침묵시위에 동원됐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거나 세월호 문제 해결을 위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포털 카페 ‘엄마의 노란 손수건’ 운영자 중 한 명이 통합진보당 당원이라는 식으로 분노하는 민심을 덮으려 하다간 더 큰 역풍을 맞게 된다.
우선은 마지막 한 명의 실종자까지 찾아내는 게 급선무다. 잠수사들의 안전에도 만전을 기하면서 시신이라도 유가족들 품에 안겨주는 게 도리다. 그 다음은 세월호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규명과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국가개조’ 수준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규명하고 대책을 세우는 데 여야가 따로 있어선 안 된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은 특별검사 도입과 국회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검찰과 경찰의 합동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특검 도입은 아직은 부적절하다고 본다. 검·경 합동수사를 지켜본 뒤 미진하다면 그때 가서 특검을 도입해도 늦지 않다.
세월호 침몰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된 청해진해운 측의 불법 선박 증축과 무리한 운영도 문제지만 해경과 해군의 구조작업도 의문투성이다. 따라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는 불가피하다. 한 달도 안 남은 지방선거를 의식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 무능한 정부로 몰아붙이려는 야당과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국정조사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여당의 싸움은 볼썽사납다. 민심이 원하는 것은 진실이고 철저한 대책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해득실을 떠나 진상규명을 위한 방법과 절차에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것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간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