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간협회에 웬 낙하산이 이렇게도 많나

입력 2014-05-08 02:11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민관(民官) 유착 고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세월호의 무리한 증축과 과적, 복원성 훼손을 묵인한 한국해운조합과 한국선급의 무책임이 이번 참사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에서 유일한 국제선박검사기관인 한국선급은 검찰 수사마저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나서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선급이 소환을 앞둔 직원들을 상대로 조사에 대비한 교육을 하고, 수사에 협조한 직원을 좌천하거나 사직을 강요했다는 진술까지 나오고 있다. 깊이 반성하고 조직 쇄신에 적극 나서야 할 기관이 취한 행태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파렴치하고 괘씸하다. 검찰은 조직폭력배를 연상시키는 한국선급의 비리를 한 점 의혹 없이 파헤쳐야 한다.

해운조합과 한국선급이 승객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고 업계의 이익만을 위해 사방팔방으로 뛸 수 있었던 것은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가 로비를 맡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번 사고를 통해 만천하에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권 출범 때부터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면서까지 줄곧 ‘낙하산 퇴치’와 ‘철밥통 근절’을 소리 높여 외쳤지만 먹혀들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조차 낙하산을 내려보내 자신의 발목을 잡은 측면도 없지 않다. 통치권자가 스스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니 측근들과 공무원들이 호시탐탐 틈새를 엿보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투성이의 관피아(관료+마피아)는 도처에 독버섯처럼 똬리를 틀고 있다. 6일 안전행정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주요 협회 79곳에 취업한 퇴직 관료가 14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출신 관료 24명이 협회 21곳에 취업했고, 환경부(13명) 금융위원회(12명) 농림축산식품부(12명) 산업통상자원부(11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이와 별도로 정부가 방만 경영 중점 관리 대상으로 지정한 38개 공공기관장 가운데 18명이 관료 출신이었다.

이들 부처는 업계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규제를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힘 있고 물 좋은’ 부처로 통한다. 업계와 기업들은 정부와의 연결고리나 방패막이를 할 수 있는 퇴직 관료를 협회 고위 간부로 영입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정부-협회-업계 간에 형성된 끈끈하고 검은 커넥션은 안전 규제 등을 완화·폐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후배 관료들은 퇴직한 뒤 선배들이 가던 길을 따라가면서 제2의 황금기를 누린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공무원이 퇴직일로부터 2년간 직무 관련성이 높은 분야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지만 정부 업무를 위탁받은 협회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고 있다. 국회는 관련법을 고쳐 퇴직 공무원의 협회 재취업을 막아야 한다. 정부에 맡길 일이 아니다. 이런 관행을 막지 않으면 국민 안전이 위협 받고 국가 위상이 추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