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채동욱 사건이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이유
입력 2014-05-08 02:01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문제가 7일 검찰의 수사 발표로 일단락됐지만 뒷맛은 개운하지 않다. 국가정보원의 대통령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지휘하던 총수를 업무상 고의나 과실이 아닌 사적인 영역을 이유로 낙마시키려 했던 권력 핵심의 의지가 여러 차례 읽혔기 때문이다. 공인으로서 검찰총장의 처신에 문제가 있으나 일의 처리 방식은 더 큰 문제를 낳았다는 뜻이다.
청와대가 채 전 총장 주변을 조직적으로 뒷조사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은 면죄부를 주었다. 그러나 정말 당사자들이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는 일을 했는지는 별개 문제다. 청와대가 채 전 총장의 사생활을 캔 시기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이후라는 점이 많은 것을 시사한다. 원 전 원장 수사 과정에서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전달한 채 전 총장과 법무장관의 마찰이 여러 차례 보도되기도 했다.
채 전 총장의 처신도 매끄럽지 못했다. 혼외아들 의혹이 보도된 이후 결백을 주장하며 소송까지 내고도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해명도 없이 부인으로 일관하다 슬그머니 자리를 내놓은 것은 당당하지 않았다. 국가 법질서를 수호하는 총수로 떳떳하게 소신을 밝히지 않고 도리질로 넘어간 것은 수많은 검사들의 자존감을 무너뜨린 것 아닌가.
그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유능한 수사검사와 검찰 간부가 전 국민이 지켜보는 국정감사장에서 서로를 불신하며 눈물을 훔치는 망신스러운 장면이 그대로 노출되기도 했다. 모름지기 조직의 총수라면 진퇴가 분명해야 함은 물론이고 모든 구성원의 모범이 돼야 할진대 채 전 총장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채 전 총장의 스폰서 역할을 했다는 고교동창생 재벌그룹 간부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아무리 친하기로서니 억대의 돈을 대가 없이 줬다고 믿는 국민이 있을까. 이런 점에서 이번 검찰 수사도 의문만 산더미처럼 남기고 일단락된 것 같은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청와대와 채 전 총장, 검찰 모두 우리에게 실망과 부끄러움을 떠안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