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이원근] 학생안전 확보하려면

입력 2014-05-08 02:29


“면피성 졸속 대책 요구하지 말고, 일선 학교에 모든 책임 지워서도 안 돼”

꽃같이 피어나는 어린 학생들을 어이없이 스러지게 한 세월호 침몰 사고로 온 국민이 애절해하고 있다. 이 어린 학생들의 어이없는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려면 우리 학생들을 이렇게 황당하게 보내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먼저 정부든 국회든 언론이든 성급한 대책을 요구하지 말자. 성급한 대책은 졸속대책, 면피용 대책에 다름 아니다. ‘전면 금지’니 ‘전면 재검토 후 시행’이니 하면서 ‘사전에 철저히 안전대책을 강구하여 시행할 것’ 등과 같은 공문을 내려 보낸 후 기존의 방대한 매뉴얼을 몇 가지 수정·가감하여 일선 학교에 최종 대책으로 다시 내려 보내는 행태는 면피성 졸속 대책의 표본이다. 성급하지 않되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원인과 대책을 책상머리가 아닌 일선 현장에서 철저히 검토하고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일선 학교에만 모든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 윗사람들은 온갖 상황을 고려해 방대한 지침과 매뉴얼을 내려 보내면 안전대책에 만전을 기한 것으로 치부되어 평소에는 포상을 받고, 사고 시에는 면책되는 반면에 현장에서는 사고 시 매뉴얼을 다 지키지 못했다고 교장·교감 선생님들만 책임을 지게 된다면 앞으로 체험 활동이나 교외 활동은 거의 사라지게 될 것이다. 정부 당국의 역할과 책임부터 명확히 하고, 시·도교육청, 지역교육지원청, 학교와 선생님의 역할과 책임을 분명히 규정해야 한다.

체험학습 시설을 예로 든다면 일선 학교가 일일이 그 시설이 안전한지 점검하기는 역부족이며 설사 점검할 수 있다고 할지라도 수많은 학교가 각기 동일 시설을 계속 반복 점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교육부는 그러한 시설들에 대한 중앙차원의 관리 감독이 제대로 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시·도교육청은 직접 해당 시설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이 제대로 안전 점검을 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일선학교와 교사는 당일 해당 시설로부터 학생 안전 계획을 제출받아 학생 지도·보호 대책을 세워야 한다. 모든 것을 일선 학교가 알아서 사전에 철저히 안전을 점검한 후에 체험 학습을 실시하라는 식의 지침 하달은 일선학교의 능력을 벗어나는 것으로 체험학습을 사실상 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셋째, 대책과 매뉴얼이 항상 작동되도록 하자. 구조 시범을 한답시고 울긋불긋한 연기를 피워놓고 연출하는 것보다 매뉴얼대로 하고 있는지, 응급처치 요령을 알고 있는지 제대로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매뉴얼이 얼마나 형식적이고 교육 훈련이 안 되었으면 배가 가라앉는 마당에 선장과 승무원들이 가장 먼저 배를 탈출하겠는가? 사건·사고에 대한 책임을 더 이상 개인이나 불운에만 돌리지 말고 시설의 운영자는 물론 관리·감독하는 기관에게도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들 기관이 평상시 온갖 위세와 대우를 받으며 ‘갑질’ 행세해 놓고 사후 책임은 지지 않는 시스템과 행태를 바꿔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안전에 대한 근본적 틀을 바꾸는 것이 다.

넷째, 우리 학생들에게 안전 의식과 위기 대응 능력을 심어 주어야 한다. 현재 아동복지법 시행령은 유치원 및 초중고 학생들에게 재난대비 안전교육 연 6시간 이상을 포함해 안전 관련 교육을 연 44시간 이상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아울러 초중등교육과정상 범교과 학습주제로 ‘안전교육’ 등 2개 과목을 개설해 놓고 학교의 재량수업 시간에 가르치도록 하고 있다. 안전교육을 위해서는 안전교육 전담교사를 배치해야 한다느니 안전교과를 일반교과목으로 해야 한다느니 하는 식의 주장이 혹 대두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교사 타령, 교과목 타령이 아니라 관심과 의지만 있다면 현행 교과체제 하에서도 얼마든지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일본이 체육과 보건 시간을 활용해 학생들에게 철저한 재난 대비교육을 하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아이들의 안전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급격히 커질 것이다.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하지 않는다면 학부모들은 안전교육을 내세우는 학원을 찾을지도 모른다.

이원근 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