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맹골수도의 잠수사들
입력 2014-05-08 02:28
1993년 개봉한 뤽 베송 감독의 ‘그랑블루’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무호흡 잠수 세계기록 보유자였던 프랑스 프리 다이버 자크 마욜의 얘기가 모티브다. 그는 세계 최초로 공기 공급장치 없이 수심 100m를 돌파한 전설적 다이버다.
잠수는 외부에서 공기를 공급받는 스쿠버 다이빙과 그렇지 않은 스킨 다이빙으로 구분된다. 호흡장치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잠수 깊이 차이가 나는 건 당연한 일. 현재까지 스킨 다이빙과 스쿠버 다이빙으로 인간이 가닿은 바닷속 세상은 각각 수심 214m, 313m이라고 한다. 세월호가 침몰한 맹골수도 수심이 40m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흥미로운 점은 다이버들이 바다 밑으로 내려가는 시간과 수면 위로 떠오르는 시간이 천양지차라는 사실이다. 영국인 마크 엘야트가 2003년 태국 푸껫에서 스쿠버 다이빙 잠수 세계기록을 수립할 당시 내려가는 데 걸린 시간은 12분에 불과했으나 물 밖으로 나오는 데는 무려 6시간40분이나 걸렸다. 잠수병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내려갈 때보다 30배 이상 천천히 올라와야 한다는 의미다.
1840년대 처음 알려진 잠수병은 수심이 깊을수록, 체류 시간이 길수록 생기기 쉽다. 수압은 수심이 10m 깊어질 때마다 1기압씩 올라간다. 때문에 일반인은 10m 이상 잠수하기 어렵다. 바다를 생업의 터전으로 삼는 해녀들도 20m를 넘지 못한다. 훈련된 잠수사라 하더라도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30m 이상 잠수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부득이 수심 30m 이상 들어갈 경우에는 30분 넘게 머물지 않는 게 원칙이다. 그러지 않으면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민간 잠수사 이광욱씨가 6일 세월호 실종자 수색작업 도중 숨졌다. 이씨의 사인은 압력 차이로 인해 뇌에 공기가 차서 뇌혈관이 막히는 기뇌증으로 추정되고 있다. 잠수병의 일종이다. 잠수병 증상은 간지럼에서부터 가슴통증, 무기력증, 마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오랜 세월 물질을 해온 해녀들이 만성통증에 시달리는 것도 잠수병 때문이다.
서해는 심한 조수간만의 차로 조류가 빨라 잠수작업하기에 매우 부적합한 곳이다. 엘야트에 앞서 308m를 잠수해 세계기록을 보유했던 다이버 존 베넷이 작업 도중 실종된 곳도 서해다. 그의 실종 원인 역시 잠수병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위험한 곳에서 목숨 걸고 작업하는 민간 잠수사 일당(8시간 기준)이 고작 9만7000원이라니 말문이 막힌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