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MCA, 새로운 100년의 약속] (18) 한국Y, 팔레스타인 땅에 평화를 심다

입력 2014-05-08 02:49


팔레스타인의 눈물… 응답하라! 한국교회

‘이스라엘 정부가 겨울철 팔레스타인 어린이 수감자들을 야외 철창에 가두는 고문을 자행했다.’

2014년 1월 1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의 보도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이스라엘 내 고문반대위원회(PCATI) 보고서에 따르면 팔레스타인 어린이 수감자 대부분은 돌을 던진 혐의로 기소됐으며 수감자 4명 중 3명(약 74%)은 체포와 이송, 수사 도중 신체적 폭력을 겪고 있었다.

한국YMCA는 다음 달부터 이스라엘 군 감옥에 갇혀 있는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에게 책을 보내주는 캠페인을 펼친다. 매년 12∼17세의 700여 팔레스타인 어린이 및 청소년이 이스라엘 군 법정에 기소되고 심문을 받고 있다. 이들 중 절반에 가까운 300여명이 이스라엘 군 감옥에 갇혀서 지낸다. 사회와 교육으로부터 단절된 채 각종 폭력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크리스천들은 전 세계 크리스천을 향해 어린이 수감자를 위한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Y의 책보내기 캠페인은 바로 팔레스타인 어린이 수감자들을 향해 내민 관심과 사랑의 손길이다.

“우리는 우리에게 점령의 죄가 강요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당하는 이 고통을 신학적으로 무시하지 말아줄 것을 우리의 자매 교회들에 요청합니다. 이 외침은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부르짖는 기도이며 믿음의 절규입니다.”

2012년 12월 9일 선포된 ‘카이로스 팔레스타인 신앙선언문’의 일부다. 이 선언문은 팔레스타인 크리스천들이 그들의 영토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실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외침이다. 팔레스타인 크리스천들은 선언문을 통해 아랍 세계에 크리스천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제는 진실을 말할 때”라고 세계교회에 호소한다.

그들은 이어 신학이 더 이상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불법적인 점령을 인정하는 도구로 전락해선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점령과 인종차별 정책으로 얼마나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크리스천들이 절망과 고통에 처해 있는지 “와서 보라!”고 요청하고 있다.

카이로스 팔레스타인 신앙선언은 한국 교계에 신선한 신앙 운동을 일깨우고 있다.

다시 말해 예수의 땅 팔레스타인에 대한 한국Y의 관심은 팔레스타인 크리스천들의 부름에 대한 응답이다. 동시에 ‘성서를 다시 읽자’는 운동이며, ‘생명과 평화를 살리는 영성을 회복하자’는 운동이기도 하다. 한국 기독교가 근본주의와 종교적 패권주의, 맘모니즘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자는 신앙성찰 운동이고 교회갱신 운동인 것이다.

한국Y는 팔레스타인 크리스천들의 외침에서 1919년 3·1독립선언운동을 주도했던 한국 기독교 신앙선배들의 절규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그 절규에 응답했던 세계 크리스천의 손길과 도움을 기억한다. 출애굽의 해방신앙으로 자주독립 국가의 수립을 열망했던, 그리고 죽음으로 신사 참배를 거부했던 선배 신앙인들의 올곧은 신앙의 전통을 ‘예수의 땅’, 21세기 팔레스타인에서 다시 찾아보자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을 향한 한국Y의 관심은 비단 선한 사마리아인의 마음만은 아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관심은 곧 남북한과 동북아시아의 평화에 이르는 길이다. 평화를 갈망하는 세계 시민에게 한반도 평화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촉구하는 일이기도 하다. 팔레스타인과 한반도는 지정학적 국제정치 질서 아래에서 식민지와 인종차별, 전쟁이라는 20세기 수난과 고난의 역사를 함께 경험하고 있다. 정의에 목마르고 평화에 갈급해하는 ‘21세기의 갈릴리’나 마찬가지다.

한국Y는 팔레스타인에서 들려오는 이 외침에 응답할 준비를 갖춰나가고 있다. 한국 교회와 더불어 ‘팔레스타인과 한반도 평화협력운동’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대안성지순례’와 ‘팔레스타인-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회 및 신학세미나’ ‘팔레스타인 어린이 수감자 지원협력사업’ 등 구체적인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10년에 이어 지난해 두 차례 실시된 대안성지순례는 ‘살아 있는’ 성지순례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방문하며 음식을 나눌 수 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더불어 이스라엘 활동가들까지 만나 아픔과 고난의 현장을 직접 방문한다. 함께 예배를 드리며 성서와 신앙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공유하면서 한국 교회의 현실을 반추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한국Y는 2008년부터 모금을 통한 직접적인 지원 협력사업도 펼치고 있다. 2008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1차 침공을 계기로 전국Y 회원들이 2000여만원을 모금해 지원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및 YWCA 등과 함께 3만 달러를 전달했다.

2011년 이후 매년 5월 개최하는 ‘팔-이 평화를 위한 세계기도주간 기도회’와 ‘신학세미나’는 올해로 4회째다. 한국Y는 오는 2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독교 시오니즘과 한국 기독교’ ‘카이로스 팔레스타인 선언과 한반도 통일을 위한 88년 선언’을 주제로 세미나를 연다.

오는 12월 예정된 ‘팔레스타인-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제 에큐메니컬 청년 갈릴리 평화회의’는 남북한 청년과 팔레스타인, 이스라엘의 청년들이 함께 평화를 이야기하는 자리다. 이웃 종교 단체들도 동참해 세계 기독청년들의 공동 평화예배문과 기도문을 함께 나눌 것이다.

이를 통해 예수의 길을 묵묵히 따르고자 하는 크리스천 청년 리더십이 만들어지고 가꿔지기를 소망한다. 생명과 정의, 평화의 누룩을 만드는 순례의 여정에는 한국 교계와 신학교, 크리스천 모두가 기도하며 동참할 수 있다(02-754-7891∼4).

이윤희 국장<한국YMCA 생명평화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