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영 장로 칼럼-종교인과 신앙인 (78)] 연보돈 배달 사고
입력 2014-05-07 14:54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는 내가 주일학교에 갈 때마다 10원 짜리 지폐를 다림질해 꼿꼿이 펴서 주셨다. 그런데 이 돈은 어린 나이의 내게 참으로 유혹적이었다. 왕사탕을 사먹고 싶을 때가 너무나 많았다. 당시 왕사탕은 한 시간 동안 물고 있어도 줄어들지 않을 정도로 컸고, 얼마나 맛있었는지 지금도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어느 주일날, 어김없이 빳빳한 연보돈을 받아 집을 나서 교회로 행했다. 가는 중간에 가게를 지나다 결국 연보돈으로 왕사탕을 사고 말았다.
철없이 사탕을 문 채 집에 돌아오자 어머니께서 “무슨 돈으로 왕사탕을 샀느냐”고 다그치셨다. 이실직고 했고 결국 매를 많이 맞았다. 연보돈을 도적질하면 하나님에게 크게 벌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런 범죄를 다시는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아련한 옛날이야기다.
그 때는 십일조라는 단어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 연보는 가난한 사람, 나그네, 과부, 고아 등을 위해 쓰이고 이는 하나님을 기쁘게 한다는 가르침이 교회설교의 중심이었다. 그래서 그때 나는 어른이 되면 가난한 사람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하고 싶다는 막연한 다짐을 했다.
그 무렵 어머니는 늘 몸이 아프셔서 병석에 거의 누워 계셨다. 그런데 병원에도 안 가시고 매일 기도만 하시고 찬송만 부르셨다. 기도로 치유를 받겠다고 고집을 부리셔서 아버지가 매우 답답해 하셨다.
신앙으로 치유를 받는 것도 좋지만, 제발 약이라도 드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지나친 신앙은 어린 마음에도 짐이 되었다.
어머니의 병이 조금 나아지면 아버지는 금반지 등을 사서 어머니에게 선물해 주시곤 하셨다. 그러면 몇 달 후 금반지가 연탄과 쌀로 변해 가난한 동네에 뿌려졌다. 이런 일이 몇 번이나 반복되니 아버지의 한숨 소리도 반복되었다.
나는 어머니와 함께 삼각산 기도원에 자주 갔던, 단골 기도 동참자였다. 그때 신유로 유명한 K장로의 위력을 보았다. 그분이 설교할 때면 그를 따르는 수많은 교인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때 K장로의 입지는 대단했다.
그런데 어느 날 K장로를 중심한 종교단체가 생기고 생필품을 생산하고 파는 공동체 생활을 했다. 자신의 집과 재산을 바치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많은 목사님들로부터 믿을 만한 신앙을 가졌다고 인정받았고 따르는 사람도 많고 존경받던 지도자가 하루 아침에 사이비로 변하는 것을 보면서 가슴 아파한 적이 있다. 한번 성령의 은사를 받았음에도 돈 때문에 하나님을 배교한 것이 안타까웠다. 회개조차 할 수 없는 성령 훼방죄를 짓고, 지금 그의 영혼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그 세대가 지나자 T교 시대가 도래했다. 재림 예수를 연상시키는 교리를 보고 이단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의 세력은 외국에서 너무나도 큰 종교가 되었다. 종교를 떠나 한국 사람이 해외에서 그렇게 큰 종교 지도자가 되었다는 것에 의아해하며 자랑스러운 듯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많은 사람들이 재산을 헌납하고 기꺼이 공동생활을 하며 이 종교 재단의 회사와 기업체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 중에는 내 친구도 있었는데, 나를 만났을 때 그는 이런 생활이 행복하다고 했다.
얼마 전 이 종교단체 지도자의 자녀 간 재산 분규를 신문을 통해 보았고, 전 재산을 기꺼이 헌납한 그 친구를 생각해 냈다. 희생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선량한 사람들이 이런 희생자가 되어야 하는지 슬픈 마음뿐이다.
그 친구는 참 성실한 사람이었고 신앙심도 있었는데 왜 그렇게 되었던 것일까? 기성 교회에서 말씀을 좀 더 잘 가르쳤다면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그의 친지들은 무엇을 했는지, 우리 사회는 과연 어떠했는지 모든 책임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세월호 참사도 이와 유사하다. 구원파 교단 창립자인 K목사도 정규 장로로 신학교를 나온 장로교 목사다. 무엇이 답답해 새로운 교단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구원받은 날짜와 시간을 이야기하라는 교리는 나에게 큰 도전이었다. 나는 그 날짜를 잘 모른다. 그러나 그 시간을 아는 사람도 있기에 무조건 정죄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 교인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과도한 헌금 문제와 지나치게 싼 인건비 문제가 있다는 소문이 들렸다. 그리고 그의 사위가 운영하는 사업체가 큰 문제를 일으켰고 결국 이번 참사와도 연관이 됐다. 선량한 신도들이 낸 연보가 배달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하나님께 드려야 할 연보가 배달 사고를 내고 가정 파탄을 초래했으며 온 국민을 슬프게 만들어 버렸다. 연보는 하나님께 드린 귀중한 돈이다. 이걸 가로채는 것은 대개 사이비 종교 집단의 공통된 점이다.
성경 해석을 달리 하고는 이것을 미끼로 연보돈을 가로챈 것은 하나님 보시기에 심히 나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 기성 교회 중에도 일부 교회가 이런 문제로 신문에 나오고 있다. 교회의 투명성도 한번 짚어 볼 때다.
하나님 말씀대로 가난한 자, 나그네, 고아, 과부 그리고 주님이 원하시는 곳을 찾아가는 연보가 되었으면 한다. 어느 교회는 예산의 50% 이상을 하나님의 말씀대로 쓰는 교회도 있다. 그런 교회를 우리 사회는 존경한다.
“하나님 뜻대로 우리 연보를 받아 주시고, 영광을 받아 주시옵소서. 그리고 이런 나쁜 지도자에게 속아 일생을 망친 불쌍한 양들을 다시 하나님께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한국유나이트문화재단 이사장, 갈렙바이블아카데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