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참사] 한국선급, 檢 해운비리 수사 조직적 방해
입력 2014-05-07 03:14
선박의 인증과 안전점검을 맡은 한국선급(KR)이 검찰의 해운비리 수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흥준 특수부장)은 한국선급이 ‘법무기획팀 수사 및 언론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검찰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매뉴얼에는 ‘참고인 소환 요청이 오면 사전에 회사내부 조율이 필요하다고 답변하라’ ‘법무팀장(변호사)과 논의하라’ ‘조사복귀 후 신문내용 파악하라’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검찰이 최근 한국선급 실무팀장 6명에게 출석을 요구했으나 이들은 매뉴얼에 따라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은 실무팀장들은 “법무팀장과 협의를 거치지 않아 나갈 수 없다”고 응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국선급은 검찰에 출석하는 직원들을 상대로 매뉴얼을 사전교육하고 수사기관에 협조한 직원들에 대해서는 보복조치를 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오공균(62) 한국선급 전 회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를 받을 때 참고인 자격으로 나와 불리한 진술을 한 직원들을 회사 측이 재판기록열람 등으로 추적해 좌천시키거나 사직을 강요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참고인 조사를 받은 일부 직원은 “보복이 무섭다”며 진술을 거부하거나 잠적하기도 했다.
한국선급 법무팀으로부터 압수한 자료에는 오 전 회장에 대한 재판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사람별로 진술 내용과 쟁점 등이 정리돼 있는 등 한국선급은 직원들의 진술 내용을 모두 파악해 놓았다.
법무팀장은 당시 참고인 조사 대상을 포함해 직원 160여명에 대해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국선급은 세월호 참사 관련 업무도 많고 미리 수주한 국내외 60여개국 업무 중 미룰 수 없는 게 많아 소환시기를 조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일 뿐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달 24일부터 두 차례 전·현직 임직원 20여명의 사무실과 자택, 은행 계좌 등 17곳에 대해 압수수색한 특별수사팀은 거액의 비자금 조성과 금품로비 의혹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