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팽목항 사과 이틀만에 다시 “죄송”

입력 2014-05-07 02:09


박근혜 대통령이 6일 다시 한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죄송스럽다”며 사과했다. 이틀 전에는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을 두 번째 만나 “무한책임을 느낀다”고 했다. 사고 이후 무능력한 정부와 자신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자, 기존의 소극적 자세를 버리고 적극적인 민심 수습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석가 탄생 봉축법요식에 참석, “국민 생명을 지켜야 할 대통령으로서 어린 학생들과 가족을 갑자기 잃은 유가족께 뭐라 위로를 드려야 할지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빌며, 이번 희생이 헛되지 않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모든 국가 시스템과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오랜 세월 동안 묵인하고 쌓아 왔던 잘못된 관행과 민관 유착, 공직 사회의 문제 등을 바로잡아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일요일인 지난 4일 팽목항에서 이뤄진 실종자 가족들과의 면담 과정에서 “사고 발생부터 수습까지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16일 사고 발생 당일부터 지금까지 박 대통령은 단 한번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자신의 책임을 언급한 적이 없었다. 같은 달 17일 진도체육관에서 처음 실종자 가족을 만났을 때도 이들을 위로하고 사고 수습 난맥상만 질타했다. 또 그동안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에서도 ‘책임’이란 단어는 쓰지 않았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자신의 책임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청와대가 책임 회피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그동안 청와대는 재난안전 컨트롤타워와 관련해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안보실이 아니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컨트롤타워”라며 두 차례나 면피성 자료를 내는 등 국정의 최종적인 책임에서 피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 민심악화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박 대통령의 이번 ‘무한 책임’ 발언은 더 이상 청와대가 분노한 민심과 동떨어진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도 해석된다.

또한 박 대통령으로서는 최근 채 3주도 안 되는 시일 동안 20% 포인트 이상 수직 낙하한 국정수행 지지율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적극적으로 세월호 민심을 감싸지 않을 경우 자칫 국정운영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