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D-28] 세월호 참사로 ‘백중세’ 與든 野든 압승 어렵다
입력 2014-05-07 04:15
6·4지방선거가 6일 기준으로 29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대결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오는 12일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끝나면 17개 광역 시·도지사 선거의 여야 대진표가 완성된다. 당초 이번 선거는 새누리당이 다소 우세한 것으로 평가됐으나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여야 백중세로 돌아섰다. 어느 한쪽이 10곳 이상을 가져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야 모두 지방선거 패배는 곧 권력구도 개편을 의미한다. 국민적 추모 분위기를 감안해 목소리는 낮추지만 주먹은 매서운 ‘조용한 혈전’이 예상된다.
◇최대 격전지는 중원, 수도권과 충북의 승패에 달렸다=여론조사 및 각 당 내부 분석을 종합하면 서울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현직 단체장의 우세 속 박빙, 경기도는 새누리당 우세로 요약된다. 인천은 박빙으로 분류된다. 수도권은 표심이 변화무쌍한 곳인 만큼 세월호 사고 영향도 가장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세월호 사고 이후 수도권·충청은 초박빙이 돼 유불리를 따지기 어렵다”며 “득표율 5% 포인트 내에서 경합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50% 유지 및 새정치연합 안철수 공동대표의 지지율 회복 여부, 보수층 결집, 투표율 등이 결과를 좌우할 요소들이다.
서울은 박원순 시장이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에게 오차범위 내 추월까지 허용했다가 세월호 사고 이후 다시 앞서는 양상이다. 정 의원은 막내아들의 ‘미개한 국민’ 발언 파문에 대해 거듭 사과했으나 여진이 크다. 박 시장의 경우 지난 2일 발생한 지하철 2호선 추돌 사고가 악재다.
인천은 송영길 시장이 새누리당 예비후보인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 안상수 전 인천시장과 접전 중이다. 친박근혜계 핵심인 유 전 장관이 전직 안행부 장관으로서의 책임 및 애도기간 중 선거운동 논란을 딛고 9일 시장 후보로 선출될지가 관전 포인트다.
경기도는 새누리당 우세 지역이다. 새누리당 남경필 정병국 의원 중 한 명은 오는 10일 경선을 거쳐 새정치연합 후보와 맞붙는다. 새정치연합에서는 김진표 원혜영 의원과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이 뛰고 있다. 김 전 교육감은 안산 단원고가 있는 경기도의 직전 교육감이었다는 점에서 세월호 사고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된다.
충청권에서는 충북도지사 선거가 가장 박빙이다. 새정치연합 소속 이시종 현 지사와 새누리당 윤진식 의원이 대결한다. 둘은 청주고 동창이고, 행정고시를 거친 50년 지기다.
◇옛 동지들이 맞붙은 대구, 원조 친박이 나선 부산=대구시장 선거에서는 옛 동지였던 여야 후보가 맞붙게 됐다. 새누리당 권영진 전 의원과 새정치연합 김부겸 전 의원은 2000년대 초반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소장개혁파 모임인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 멤버로 함께 활동했다. 권 전 의원은 서울 노원을에서, 김 전 의원은 경기도 군포에서 국회의원을 지냈다. 수도권에서 전투력을 인정받은 동지들이 고향에서 승부를 벌이는 셈이다. 여권의 텃밭이라 권 전 의원의 승리 가능성이 높지만 이변 가능성도 있다.
부산과 제주 역시 새누리당이 우세한 곳이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 사고를 계기로 해양 사고에 민감한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야권 후보들의 득표율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부산에는 원조 친박인 서병수 의원이 자존심을 걸고 나섰다. 전국적으로 친박 후보들이 고전하는 상황인 만큼 서 의원은 압승을 거둬 정권심판론을 차단하겠다는 태세다. 다만 새정치연합 후보인 김영춘 전 의원과 무소속 후보인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야권 단일화 여부가 변수다.
충남은 친노무현계 핵심인 안희정 지사가 재선에 도전한다. 안 지사가 우세한 가운데 친박계인 정진석 전 국회사무총장이 도전장을 내밀어 친노 대 친박 구도가 형성됐다.
전문가들은 투표율이 낮으면 야권이 세월호 사고로 인한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공통적인 분석을 내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전 연령층이 정치를 혐오하게 됐다”며 “전체 투표율이 40%대 이하로 낮게 나올 경우 새누리당에 유리하다”고 전망했다.
엄기영 유성열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