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232억원 배상해야” 애플 요구액 5%만 인정… 삼성-애플 2차 소송

입력 2014-05-07 02:21


삼성전자와 애플의 2차 특허 소송에서 미국 법원이 서로 특허를 침해했다고 결론 내렸다. 1차 소송에서 일방적으로 애플 손을 들어준 것에 비하면 큰 변화다. 삼성과 애플이 지루한 소송전을 그만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주 북부 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지원에서 5일(현지시간) 진행된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침해 손해배상소송 1심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양쪽이 모두 상대방 특허를 일부 침해했다는 ‘쌍방 일부 승소’ 평결을 내렸다. 배심원단은 지난 2일 평결을 했으나 배상액 산정에 오류가 있다는 이유로 이날 최종 확정했다.

평결에 따라 삼성전자는 애플에 1억1962만5000달러(1232억원), 애플은 삼성전자에 15만8400달러(1억6300만원)를 배상해야 한다. 배심원단은 애플이 요구한 청구금액 21억9000만 달러 중 18분의 1만 인정했다. 삼성전자가 낸 반소 청구액 역시 623만 달러 중 39분의 1만 인용했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특허 5개 중 3개를, 애플은 삼성전자 특허 2개 중 1개를 침해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금액으로만 보면 이번에도 애플이 우세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삼성전자에 유리한 평결로 볼 수 있다. 1차 소송에서는 삼성전자의 주장이 일절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반면 이번에는 애플도 삼성전자 특허를 침해했다는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카피캣’ 이미지를 씌워 삼성의 성공이 애플을 모방한 덕분이라고 깎아내리려고 했던 애플은 이번 평결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번 평결이 별도로 진행 중인 1차 소송의 항소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점이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이어 법원에서도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애플 대변인 크리스틴 유게이는 “삼성전자가 의도적으로 우리 아이디어를 훔치고 우리 제품을 베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양측은 평결 이후 어떤 절차를 밟을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소송 과정을 볼 때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이의를 제기하고 항소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극적인 화해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애플은 자국 법원과 정부 등의 ‘지원’을 등에 업고 고자세로 나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애플이 ‘특허 괴물’처럼 소송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부담을 느끼고 있다.

2차 소송의 배심원단 대표인 토머스 던험(59)은 기자들과 만나 “소송에서는 소비자들이 패자일 수밖에 없다. 애플과 삼성이 합의하는 길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 언론들도 이번 평결이 삼성전자에 유리한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의 법원에서의 승리가 삼성이나 안드로이드 진영에 상처를 입히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상액이 애플이 요구한 것보다 턱없이 낮은 데다 소송 대상 제품이 이미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구형이기 때문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