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거래까지 진출한 조폭들 16개월간 200억대 부당이득
입력 2014-05-07 02:48
증권전문가들과 결탁해 불법 선물(先物)거래 사이트를 운영한 조직폭력배들이 대거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1년4개월간 1223억원 규모의 사설 선물시장을 운영하며 20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범죄수익 일부는 ‘세탁’돼 폭력조직 활동비로 유입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강해운)는 불법 선물시장을 개설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50명을 적발해 총책 유모(39)씨 등 8명을 구속 기소하고, 한일파 이모(22)씨 등 2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달아난 15명은 기소 중지했다. 범행에는 한일파 유성온천파 반도파 신미주파 신안동파 등 대전지역 5개 조직 소속 폭력배 22명이 가담했다.
유씨 등은 2012년 10월부터 지난 2월까지 3∼4개 선물거래 사이트를 동시에 운영하면서 개인 투자자 2000여명에게 증권계좌를 빌려주거나 자신들이 개설한 가상 선물시장(속칭 ‘미니 선물’)에서 거래하도록 한 뒤 수수료 혹은 수익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자체 개발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보급했으며 운영 총괄, 회계팀장, 차명계좌 관리 및 현금 인출 담당, 해외지점장 등 구체적 역할을 분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자 유인은 증권 사이트, 인터넷 카페 등에서 활동하는 증권전문가들이 주도했다. 이들은 투자 자문을 해주는 것처럼 접근해 불법 거래를 추천한 뒤 수익의 25∼45%를 ‘리딩 비용’ 명목으로 떼어갔다. 가담자 24명이 챙긴 리베이트는 총 53억5000만원에 이른다. 검찰 관계자는 “운영자들이 회원 모집을 전적으로 리딩전문가들에게 의존하다 보니 고액의 리베이트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금 세탁 및 수익금 인출 과정에는 조폭 선후배가 동원됐다. 한일파·신미주파 등은 유령 법인 20곳 명의의 대포통장 176개를 만들어 수익금 34억원을 관리·은닉했다. 이 대가로 매월 600만∼3000만원씩 모두 3억2000만원이 폭력조직 측에 전달됐다. 조폭들은 당초 상대방 운영 사이트를 해킹하는 등 적대적 관계였다가 서로 논의 끝에 ‘동업’을 결정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