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서 ‘기본’ 안지키는 부모들… 아이들 사고 부른다
입력 2014-05-07 02:47
“영미(가명)야 여기 봐. 자, 여기!”
흥겨운 음악소리와 함께 회전목마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목마 위에서 다섯 살 남짓한 딸을 왼손에 끌어안은 엄마가 캠코더 든 오른손을 앞으로 쭉 뻗자 두리번거리던 아이는 카메라를 보고 생긋 웃었다. 벨트 하나로 지탱된 모자의 몸은 말이 오르내릴 때마다 위태롭게 흔들렸다.
돌이 갓 지난 아이를 왼손에 안고 오른손에는 커피를 든 채 목마에 오른 아빠도 있었다. 황금연휴 마지막 날인 6일 경기도의 한 놀이공원 회전목마는 여느 때처럼 수많은 사람을 싣고 하루 종일 위태롭게 달렸다. 한 명뿐인 안전요원은 티켓을 확인하고 안전벨트 착용을 점검하는 일만으로도 버거워 보였다.
어린이날이 낀 연휴 기간에도 대다수 놀이공원에서는 안전수칙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일부 이용객 때문에 수시로 위험한 장면이 펼쳐졌다. 배를 타고 물이 흐르는 레일을 도는 놀이기구에서도 ‘기본’은 지켜지지 않았다. 배 밖으로 손을 내밀지 말라는 경고는 무색했다. 보트가 평지를 지날 때 많은 탑승객이 손을 물속에 담갔고, 장난기 가득한 청소년과 성인 남성들은 급경사 직전에 설치된 카메라를 보곤 양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모자를 벗고 이용하라’는 경고 문구 역시 무용지물이었다. 바람에 날린 모자가 장비 고장을 일으키거나 다른 탑승객을 다치게 할 수 있어 마련된 주의사항이지만 땡볕 아래 눌러쓴 야구 모자를 벗는 탑승객도, 제지하는 직원도 없었다.
아동용 실내 롤러코스터 앞에서는 직원이 제한신장 110㎝가 표기된 봉을 들고 키가 작은 아이들의 입장을 막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직원은 키 100㎝를 갓 넘긴 아들을 막무가내로 태우려는 아빠와 3분간 실랑이를 벌였다. 뾰로통한 표정의 아들을 세워두고 아빠는 “별로 작지도 않은데 뭘 빡빡하게 구냐”며 따졌고 직원은 연신 죄송하다면서 “위험해서 규정상 안 된다”는 말을 되풀이해야 했다.
연도별 놀이공원 이용객은 2007년 2234만명에서 2011년 4164만명으로 급격히 늘었지만 이용객의 ‘안전불감증’은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에 따르면 놀이공원 안전사고의 55.7%가 8세 미만의 미취학 아동, 12.3%가 초등학생인 8∼13세 아동에게 발생했다.
소방방재청은 놀이공원 등지에서의 어린이 안전사고가 예상되는 매년 5월 초 수도권, 충남, 제주 등지의 어린이 위험지수를 ‘주의’ 단계에 해당하는 30∼50으로 정해 주간 안전사고 예보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 1일에도 소방방재청은 주간 안전사고 예보를 공지하면서 어린이가 무서워하는 놀이기구는 태우지 말 것, 바른 자세로 앉아 뛰거나 밀치지 말 것, 놀이기구 탑승자 키 제한 등을 지킬 것을 강조했다.
놀이공원 측은 매년 정밀 진단과 점검을 받고 있는 시설 자체의 문제보다 이용자들이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가 많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 놀이공원 관계자는 “어린이 키를 도장으로 손등에 찍어줘 부모가 이를 시각적으로 인지하고 직원들이 직접 재보지 않고도 입장 여부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게 돕고 있다”며 “고객들의 협조가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