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여파 2분기도 내수 빨간불
입력 2014-05-07 03:33
세월호 참사로 내수 경기가 가라앉고 있다. 1분기에 이어 2분기 민간소비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6일 올해 한국의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3.5%(지난해 11월)에서 2.6%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정부는 여행·숙박업 등 세월호 참사로 직접적 피해를 입은 일부 업종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키로 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은행회관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세재정연구원 등 연구기관장들과 경제동향 점검 간담회를 열고 “지난달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소비 및 관련 서비스업 활동에 다소 부정적 영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현 부총리는 세월호 참사 이후 민간소비가 둔화되고 있으며 국내 경제의 민간부문 회복세가 공고하지 못하다고 진단했다.
지표상으로도 경기가 위축되는 모습은 감지된다.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3월 101.2로 전달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0.1~0.4포인트씩 4개월 연속 오르며 지난 1월 101.6을 찍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2월 101.5에 이어 두 달째 하락했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2개월 이상 하락한 것은 2012년 8~10월 이후 처음이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월 100.7까지 오른 뒤 3월까지 그대로 멈춰선 상태다. 회복세를 보이던 부동산시장도 주춤하고 있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4월 전국 주택가격은 전월보다 0.06% 상승했지만 상승폭이 3월(0.23%)의 4분의 1 수준으로 둔화됐고, 수도권에선 0.02% 하락하며 8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내수와 밀접한 소비재 수입의 증가 흐름도 멈췄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출입동향을 보면 4월 1~20일 소비재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감소했다. 1~20일 기준으로 지난 1~3월의 소비재 수입액 증가율이 각각 0.5%, 12.1%, 16.3%로 상승한 점에서 4월의 감소는 이례적이다.
OECD도 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4.0%, 4.2%로 각각 0.2% 포인트 상향 조정했지만 민간 소비 위축을 우려했다. OECD는 지난해 말 기준 가처분소득 대비 161%에 이르는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소비에 부담을 준다며 올해 한국의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를 0.9% 포인트나 낮췄다. 내년도 전망치 역시 3.6%에서 3.1%로 내렸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가 기본적으로 경제 외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우리 경제에 일시적인 충격은 있어도 경기 회복세 흐름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경제는 심리와 연관된다는 점에서 지나친 낙관보다는 경기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일부 피해 업종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키로 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여행업 등 세월호 참사로 피해가 큰 일부 업종의 숨통을 터주기 위한 마이크로(미세)한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백상진 기자 zhibago@kmib.co.kr